정보처리와 기억
‘우리 행동의 대다수는 무의식이다.’라는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처럼, 생명체는 대개 그냥 인식해서 알아차리고 안다. 하나의 종합 인지 시스템으로 필요에 따라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의 여섯 가지 인식기능 중 어느 매체가 주로 쓰이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 생명체는 물질(몸)과 정신(마음)으로 표현되는 신호 정보 처리 시스템이며, 정보 기억의 저장소이다.
생명과학자 클라우디아 어귀르(Claudia Aguirre)에 의하면, ‘태아가 태내에서 최초로 감지하는 인지감각이 촉각이며, 나머지 감각들이 그 이후 분화 발달한다. 우리가 듣는다는 것도 청각 기관의 구조를 보면 소리의 센서가 촉각 기반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철학자 존 설(John R. Searle)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두엽 등 뇌의 대뇌피질(cerebral cortex) 영역은 눈 귀 코 혀 몸의 시각 청각 등 다섯 감각을 영역별로 나누어서 인식한다. 뇌 중심의 시상(視床)에 있는 기저핵(basal ganglion)은 나뉘어서 인식된 감 각들이 합동 처리되는 영역이다. 이 분화(differentiation)와 통합 (integration)의 인식작용들이 거의 동시에 이뤄져서 우리가 매우 빠르게 내외의 신경 변화를 감지하고 의식할 수 있다.’
안다는 것은 결국 분화된 다섯 감각기관의 정보를 뇌에서 정보 처리를 하고 종합해 아는 인식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보들의 저장인 기억은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진화의 산물이 라는 것이 신경과학의 일반적 견해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신경과학자 에릭 캔델의 저서 <기억을 찾아서(In Search of Memory)> 8장의 「다른 기억 다른 뇌 영역 (Different Memories, Different Brain Regions)」에 뇌의 정보 처리와 기억의 메커니즘을 두 가지로 정리한 것이 있다.
첫째, 몸의 시각 청각 촉각 등 감각기관들을 통해 전달되어 온 신경신호 정보들은 뇌간(腦幹) 상부에 있는 감각 연합 영역인 시상(視床)을 지나고, 감정 중추로 정보들의 저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편도체(amigdala)가 있는 중간 측두엽의 감정 처리 영역을 통과한 후, 측두엽과 대뇌피질 사이의 중앙부 내측에 깊숙이 위치한 작은 손가락 크기의 정보종합 터미널 같은 뇌섬엽(insula) 을 거치며 보다 정교화된다. 이어서 대뇌피질 등의 해당 감각인지 사고판단 영역으로 보내져 더욱 정교한 고등사고 및 정보처리 과 정을 거친다.
둘째, 뇌의 기억 저장 메커니즘은 처리된 정보들이 우선 대뇌 피질의 감각, 인지, 언어, 운동기능 등 각각 해당하는 영역에 단기 기억으로 저장되고, 이는 다시 해마로 보내져서 장기기억으로 처리된 후, 원래의 각각의 피질들로 다시 옮겨져서 영구기억으로 저장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대뇌피질의 초기 학습 인지 장소가 그대로 영구기억 장소로서, 학습과 기억의 밀접성을 보여준다. ‘해마는 영원한 기억 장소가 아니며 영구기억은 대뇌피질에 저장된다.’고 밝힌 이는 브렌다 밀러(Brender Milner)이다.
또한, ‘명백한 외현 기억저장(explicit memory storage)과 은연 중의 내재 기억저장(implicit memory storage)의 장소가 따로 있다. 인물 사물 사건에 대한 기억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 저장되고, 시각 이미지는 시각 피질에 저장되며, 촉각경험은 촉각 피질에 저장되는 등 운동, 청각, 기억, 언어 영역 등의 명백한 외현 기억저장의 대뇌피질 영역이 있고, 손기술이나 자전거 타기 등 습관에 의해 무의식적 행동이 이뤄지게 되는 내재 기억은 띠이랑이나 편도체, 소뇌 등에 기억이 저장된다.’고 한다.
정보 저장을 사건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하나의 사건은 시각 정보 청각정보 촉각정보 언어정보 등 특성별로 나눠져서 대뇌 피질의 여러 영역에 영구 저장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뇌피질의 특정 영역이 손상되더라도 영역별로 나눠진 정보들의 기억이 보상되어 기억을 되살려 낼 수 있다.
브랜다 밀러(Brender Milner)는 ‘1962년 해마 바깥과 중간 측두엽에 위치한 무의식의 기억 장소도 발견’하였다. 행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은 의식의 방법으로 접근할 수 없지만, 적절히 무의식의 기억을 왜곡없이 환기할 수 있다면 많은 정보들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통찰명상은 이러한 기억의 저장 메커니즘에 주목한다.
7장. 현대과학과 질문통찰명상 '정보처리와 기억' 유경 <질문통찰명상> 마인드랩2024 pp.21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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