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통찰명상> 33

내적인과(內的因果)와 무의식의 표상

내적인과(內的因果)와 무의식의 표상 나는 오래 전 선원에서 일주일간의 안거(安居)에 들어갔는데, 집중이 잘 되어 정신이 매우 맑았지만, 하루 열 시간 이상의 좌선으로 어느 날 다리가 몹시 아팠다. 하지만 인내심을 발휘해서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내고 명상에 집중하였다. 어느 순간 눈앞에 높은 설산이 펼쳐졌다. 눈보라를 맞으며 설산을 오르는데 매우 고생스럽게 느껴졌지만, 여전히 좌선을 풀지 않았고 심상은 계속됐다. 그런데 갑자기, 산의 정상을 넘어서자 보라색 분홍색 등 갖가지 꽃들이 만발한 봄 산비탈이 눈앞에 광활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동시에 다리의 통증도 감쪽같이 사라졌다.이것은 명상 중 나타난 몸의 고통을 치유하려는 마음의 자가 치료 행위가 자신의 정신적 특성을 따라 표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심상을 따..

'불교명상' 중에서

칼 융은 ‘ 해제’에서, ‘무의식의 치유작용을 의식적으로 행하거나, 내관(內觀)에 의해 자신의 정신 상태를 변형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고통스러운 갈등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그는 스스로를 해방한다고 말할 자격이 있다.’ 하고, 다만, ‘의식의 치유는 임의 조작이 아니라 저절로 일어나는 무의식과의 협동, 무의식과의 동화(同化)에 의해 가능하다.’고 부언하면서, 동양의 정신이 해탈 열반 무아 초월 지향으로 무의식의 활용을 간과하고 있음을 아쉬워하였다. 불교의 열반 해탈 지향은 무념(無念) 멸진(滅盡)으로, 일상의 수행으로 삼기에는 적합치 않아서, 붓다 시대에도 사문이라는 출가한 특수층이 수행한 방법이다. 설화적 붓다가 아닌 인간 붓다가 극단의 고행 후 중도(中道)의 입장에 섰던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

머리말③

머리말③ 이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하였다. 1장에서 4장까지는 질문통찰명상의 뜻과 원리, 방법, 특색들을 서술하였다. 5장 에서는 그 실제적 적용과 사례들을 명상 경험에 기반하여 기록하였다. 칼 G. 융의 분석심리와의 연관성도 경험 사례와 함께 기술하였다. 6장에서는 질문통찰명상의 전망과 미래를 담았다. 7장은 현대과학의 성과들을 반영하여 생명체와 의식의 탄생, 뇌와 마음, 의식 무의식, 신경과 정신, 정보 기억, 몸과 마음의 직관 통합적 생명현상들을 살펴보았다. 8장에서는 알아차림(awareness)을 키워드로 명상과 수행의 전통들을 개괄하였다. 7장과 8장은 질문통찰명상의 기초가 된 정보로서, 질문통찰명상 설립의 배경을 살펴볼 수 있다. 흥미나 필요에 따라 7장과 8장을 먼저 읽어도 좋다. 21..

머리말②

생명체로서 호흡관찰, 자기관찰, 세계관찰하는 명상의 깊은 관찰은 자아성찰과 시대 통찰에 유용하다. 명상은 일차적으로 외관(外觀)의 인식을 거두고, 고요히 머물러서 내관(內觀)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일이다. 질문통찰명상은 인간의 마음 작용에 주목하고 명상 중의 기억이나 심상 등 깊은 질문과 심층으로부터의 아는 성질의 직관 통찰을 통해 현재의 자신과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창조적 해결에 이르게 하는 인간의 인지 능력, 의식의 심화로서의 무의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신뢰한다. 또한, 질문통찰명상은 세계에 대한 인식과 마음의 의식 무의식을 탐사하고 이해함에 있어서 우주 자연이 초래한 생명현상 인간현상과 리얼리즘 실제를 견지한다. 인류 진화의 역사를 통해 면면히 저장되고 기억되고 전승되어 온 인류 공통의 생..

머리말 ①

머리말 ① 우리는 태어나 시공에서 산다. 그리고 생애 내내 시간과 공간을 한 번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우주, 세계는 왜 생겨났는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마음이란 무엇인가? 의식 무의식이란 무엇인가? 마음은 시공의 차원을 넘나들 수 있을까? 나는 누구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간은 묻는 존재이다. 물음을 통해 답을 찾는다. 질문통찰명상(Question and Insight Meditation)은 질문에 근거해서 마음을 탐사하는 명상이다. 심신의 감각(感覺)과 지각(知覺), 그 활동인 의식 무의식의 전체성 속에서 질문에 대한 직관 통찰의 표명이 있는 명상법이다. 질문통찰명상은 인간의 보통 의식 단계의 사유방식이 갖는 문제 해결의 한계와 마음의 평안에 안주하는 명..

명상과 실제

명상과 실제 심리치료사이자 의사인 저드슨 브루어(Judson Brewer)에 의하 면, ‘사람이 화가 났을 때 가장 먼저 스위치가 나가는(turn off) 곳이 전두엽이다. 우리가 흔히 이성을 잃었다, 정신이 나갔다는 표현을 쓰는데 바로 이러한 상태이다. 이성을 담당하는 영역인 전두엽의 작동이 약화되면, 바로 감정적인 상태에서 가족이나 주위 사람에게 화를 낸다거나, 담배를 피운다거나, 음식을 먹는 등 옛 습관적인 행동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평소에 이성이 아니라 감성의 영역에서도 깊이 인식하는 것이 필요한데, 감성의 영역은 무의식과 관계가 깊다. 이 때, ‘열망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열망에 휘둘리는 감정 즉, 집착이 심하게 되면 뇌의 후측 대상회로가 활성화된다. 명상수행자들의 뇌를 ..

몸과 마음의 통합적 생명현상

몸과 마음의 통합적 생명현상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Vilaynur S. Ramachandran) 박사에 의하면, ‘시각장애자들은 문자언어를 청각언어로 인식하여 이미지 를 구성하는데, 장애가 언어 인식의 도구성을 극대화해서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합하여 시청각 이미지를 형성한다. 또한 측두엽 내측의 얼굴 인식 기능의 방추이랑과 연결하여 감정 인식 기능을 하는 편도체(amygdala)에 장애를 입은 가면 현상(imposter phenomenon) 환자는 시각으로는 부모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다른 경로인 전화 등 청각으로는 부모를 인식한다.’고 한다. 하나의 기능이 손상을 입으면 다른 기능이 극대화하여 이를 보상하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기능별로 나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동체이다..

몸 마음과 직관

몸 마음과 직관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몸과 마음은 두 가지 다른 것이 아니다. 다만 같은 것을 인지하는 두 가지 다른 방법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주돈이(周惇颐, 1017-1073)는 에서, ‘무극(無極)인 태극(太極)에서 음양(陰陽) 오행(五行)이 생겨나고, 이의 화합으로 인간이 형체가 생긴 이후에 정신이 지각을 발휘한다[形旣生矣 神發知矣].’고 하였다. 인지과학자 폴 세가드(Paul Thagard)는 그의 저서 에서 몸과 마음을 보는 인식의 역사를 적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동양은 물론, 서구의 19세기까지 우주의 모든 것은 마음 정신의 표현일 뿐이라는 형이상학적 유심론인 관념론(idealism)이 지배적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도 몸과 마음을 나눠서 사후세계를 믿는 등 마음을 물질과 다..

무의식의 표명

무의식의 표명 칼 융은 무의식의 자율성에 대하여, ‘의식에서 발견되지 않은 내용에 바탕을 둔 무의식적 정신의 자발적 표명’이라고 하였으며, 게다가 ‘의식의 연속성이 존재하고 있는 것과 같이 무의식 과정에도 일종의 연속성이 있으며, 그 연속성은 의식 과정에서보다도 더 강도가 높다.’고 하였다. 나는 아주 오래 전 20 대 중반에, 14일간 매일 밤 연속된 꿈을 꾼 적이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황량한 황토집과 굽은 황토길이 이어지는 마을이었다. 거칠고 메마른 황톳길을 전날 꿈꾸다 깬 곳에서부터 출발하여 14일간 매일 걷고 걸었다. 띄엄띄엄 나타나는 황토집, 그리고 황토길... 대책 없이 그 황토마을을 걸었다. 매일 열심히 걸었고 길은 길로 이어졌지만 마을을 맴돌 뿐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의식과 무의식

의식과 무의식 마음을 구성하는 의식과 무의식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칼 융의 분석심리학 연구에서 널리 알려진 용어이다. 프로이트가 에서 무의식을 억압 저항 등 도식화 간단화의 상징적 기제로 도출하여 정신질환의 진단 도구로 활용 하였다면, 칼 융은 자유연상법을 심화하여 무의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개진하였다. 인간의 정신 영역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극명하다. 신경심리학자인 마크 솜스(Mark Solms)가 ‘인지는 대부분이 무의식이다(Cognition is mostly unconsciousness).’라고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칼 융은 ‘의식과 무의식을 상응관계의 상호반사’인 불가분의 관계로 보았으며, 칼 세이건(Carl Sagan)은 ’자아의식과 잠재의식의 파트너쉽‘이라는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