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神經)작용이 정신(精神)
물질과 정신은 생명체에서 몸과 마음이다. 앞서 밝힌 대로 히포크라테스가 인간의 정신을 뇌(몸)의 작용으로 보았다면, 플라톤 (B.C.424-348)은 ‘물질인 몸과 분리된 신성으로서 영혼(soul)이 있으며, 이 영혼에서 마음이 나온다.’고 하여 몸과 마음을 분리해 이원론적으로 보았다. 이러한 사상은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이어지고, 13세기의 토마스 아퀴나스 등 교부철학으로 계승된다. 그리고 17세기, 회의주의자(Skepticism) 르네 데카르트(Rene Decartes) 도 몸과 마음을 재료가 전혀 다른 분리된 것으로 보았다. ‘몸과 의자 모두 그 존재를 확신할 수 없지만, 마음만은 생각하는 존재로서 물질과는 전적으로 다른 영역의 존재이다.’라고 하여 이원론적 세계관의 연속을 보인다. 생각하는 자로서 주체적 인간[I think therefore I am.]을 상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을 분리하고 송과체로 몸과 마음을 잇는 신(god of the gap)의 개입을 주장하며 심신 이원론에 머문다.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마음 철학자들도 마음의 의식이 물리적 뇌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 중에도 좀 더 세분해서 보면, 관점들의 차이가 있다.
뇌와 의식을 연구하는 제랄드 에델만(Gerald Edelman)은, ‘의식의 단위를 위한 신경작용은 피질과 시상(視床)에 걸쳐서 널리 관 여한다.’는 입장인 반면,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과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는, ‘의식의 단위는 직접적 신경상관물 이다. 왜냐하면 특별한 분자나 신경 해부학적 표식(signature)을 가진 특별한 신경의 단위(neural unit)가 포함되는 것 같기 때문 이다’ 라고 하여 의식과 신경의 직접적 상관성을 주장한다.
철학자 존 설(John Searle)은 ‘의식의 처리는 매우 복잡하며 그 부분들의 합보다 더 많은 것을 표현한다. 의식은 신경 낱낱에 접근하는 빌딩 블럭 이론(building block theory)과 감각들을 통합해 보는 합동 영역 이론(unified field theory)을 함께 묶어야 신경 생물학적 현상과 의식의 인과적 상관관계가 밝혀질 수 있다.’고 하였다. 의식 현상을 일으키는 뇌의 작용을 통합정보이론에서 봐야 한다는 생각은 줄리오 토노니(Giulio Tononi)에게서 나왔다.
의식의 형성을 보는 두 가지 커다란 관점은, 프랜시스 크릭의 제자이며 <의식>의 저자인 크리스토프 코흐 등의, ‘의식계량 이론에 의해 뇌의 고도로 조직화된 물질의 어떤 형태가 의식이다.’라는 것과 줄리오 토노니Giulio Tononi)의, ‘통합정보이론에 의해 고밀도로 연결된 뇌세포들의 인과적 상호관계가 의식이다.’ 라는 설이 아직 양립상태인 듯하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에 의하면, ‘뇌간(腦幹)에는 뇌지도를 실제로 만드는 반복되는 패턴 구조의 모듈이 존재한다. 이는 뇌간과 인체의 긴밀한 결합에 기인하는 것으로, 대뇌피질과 뇌간, 뇌간과 몸 사이에 상호 작용이 없다면 의식도 없다.’고 하였다. 이는 몸과 마음, 신경과 정신이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생명현상의 다른 관찰일 뿐임을 신경과학으로 밝힌 것이다. 또한 ‘뇌간(腦幹) 중의 중뇌에서 교뇌에 이르는 신경 다발은 세로로 반을 나누어 한쪽이 손상되면 혼수상태의 식물인간으로 정신은 사라지고 신체만 유지되며, 다른 한쪽의 그물 망상체가 손상되면 몸은 마비되고 의식만 유지된다.’고 하였다. 이는 몸의 신경이든 마음의 정신이든 모두 그 기능이 애초에 뇌간(腦幹)의 영역별 특성의 차이로 나타나는 생명체 현상임을 밝힌 것이다. 실제로 ‘신경 쓰인다’는 말은 신경이 몸과 마음의 동시 의미로 자연스레 쓰인 말이다.
정신은 신경회로라는 물질로 된 구조들에서 일어난다. 이 신경 회로들은 뇌신경에서 척수로 이어지는 척수신경과 이에 이어지는 미주신경이 전신에 퍼져서 각각의 장기는 물론 몸의 구석구석까지 복잡 미세하게 촘촘히 퍼져 있다. 이에 대하여, 에릭 캔델은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다양한 세포에서, 파도처럼 초당 약 90피트 정도 속도의 화학전기신호로 정보를 전달한다.’고 하였다. 몸이 아프다 마음이 아프다처럼 아프다는 감각 감정의 인식 의식의 언어가 같다. 몸과 마음, 신경과 정신은 하나인 생명체의 생명현상의 다른 관찰, 다른 표현인 것이다. 신경(神經)과 정신(精神)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이 둘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언어인 신(神) 은 그러한 특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신경작용이 정신인 것이다.
뇌과학 신경과학의 발달로 정신이 뇌의 신경작용과 직결되어 있으며, 몸과 마음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은 현대에 이르러서 부인하지 못하게 되었다. 생명체는 살려고 하며 그 에너지, 그 의지 자체가 정신의 기원이다. 요가나 동양에서 말하는 쿤달리니, 프라나, 기(氣), 생명에너지들도 신경과학 뇌과학의 관점에서는 뇌와 연결된 인체의 모든 신경회로들의 신경현상, 전기 화학 신호현상들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뇌과학의 발달로 이에 대해 더 많은 정보들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신경, 정신의 정보처리와 저장은 어떠한가?
7. 현대과학과 질문통찰명상 '신경작용이 정신' 유경 <질문통찰명상> 마인드랩 2025 pp.209-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