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주에 대한 견해
양천주를 통한 시천주의 주체성
양천주(養天主) 즉, 한울을 기를 줄 아는 사람만이 시천주(侍天主), 곧 한울을 모실 줄 안다. 타 종교와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신관(神觀)에 바탕을 둔 사상이다. 동학천도사상의 한울님은 그리스도교의 유일적 창조신 천주 또는 하나님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개념이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유일하고 전지전능한 창조신인 천주에 의하여 생겨난 피조물들이 천주를 기른다는 개념은 있을 수 없다. 모든 피조물들은 창조주의 계획에 따라서 생겨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갈 뿐이다. 한편,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들은 불성이 있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 속의 불성을 확실하게 깨우치려는 것이 수행의 핵심적인 목표이다. 모든 존재 속에 있는 한울을 모신다는 동학천도교의 시천주(侍天主)의 개념과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불교에는 존재들이 불성을 기른다는 개념은 명시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 그보다는 불성은 모든 존재들 속에 내재해 있는 궁극의 본질적인 성품으로서 우리 존재들은 견성하여 그 성품 자리에 들 수 있다는 개념이다. 본인은 오랜 기간동안 불교에 몸을 담고 있었지만 우리들이 불성을 기른다 즉, ‘養佛性’이란 용어를 어디서도 접해보지 못했다.
양천주를 통한 확실한 시천주는 모든 생명 존재들의 뚜렷한 주체성을 가르치고 있는 멋진 사상이다.
본인은 ‘우주 생명현상, 피조와 창조(글4)’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1)
“생명체들 자체가 우주 정보들의 발현입니다. 즉 정보의 피조물들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주 정보의 창조자들입니다. 우주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능동적인 정보창출 현상, 즉 우주의 모든 생명현상에 의하여 우주 자체가 스스로 새로운 정보를 갖는 새로운 우주로 재구성(reformation)이 되어갑니다.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우주 정보의 피조물이자 우주 정보를 창조하는 창조자들입니다. 동시에 창조되고 있는 존재 들이자 창조하고 있는 존재들(simultaneously being created ones and creating ones)입니다.”
따라서 본인은 동학천도사상에서 처음 養天主라는 말을 접했을 때 크게 공감을 느끼고 기뻤다. 본인은 모든 존재들의 활동이 우주의 정보를 창조하면서 우주를 재구성해 가는 활동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동학천도사상에서 한울을 기른다는 양천주의 개념은 본인에게는 무척 자연스러운 것이다. 2)
본인은 이러한 관점에서 ‘우주생명현상, 侍天 養天의 뜻을 살핌’ 이라는 글에 다음과 같이 양천의 뜻을 피력한 바 있다.
“우주에서 발현되어 살아가고 있는 무수한 생명체들 하나하나가 행하는 모든 활동으로 우주의 새로운 정보들이 끊임없이 무수히 창출됩니다. 그 결과 종합적으로 우주 자체가 새로운 정보를 새롭게 포함하는 새로운 우주로 재구성(reformation)되어 갑니다. 우리 인류가 지구행성에서 뭇 생명체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우리의 문명을 찬란히 이루어가는 것이 우주를 재구성해가는 우리의 몫을 멋있고 성실하게 담당하는 것입니다. 비록 우주의 스케일에 비하여 참으로 미미할 지라도 그렇게 함이 우주의 일원으로서 마땅합니다.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하나도 빠짐없이 우주를 변화시키고 새로이 구성해가는 창조자들입니다. 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힘이 솟고 멋있습니까!
우주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능동적이고 조화로운 생명 활동, 정성스럽고 생기 넘치는 삶이 우주 자체를 새로이 길러가는 일입니다. 이것이 생명체로서 ‘하늘을 기른다!’의 뜻, 원대하고 근원적인 양천(養天)의 뜻일 것입니다.”
이처럼, 동학천도사상의 양천주의 개념은 생명체로서 주체적 소명감이 뚜렷한 개념이고 21세기의 현대적 생명관, 우주관에도 잘 어울리는 멋진 개념이다.
1). <묘하고 묘합니다 어느 이공학자의 구도보고서 1> pp 103-111, 이재웅, 2015.
2) <신인간> 포덕157년 5월호 pp 59-67, 이재웅, 2016.
'지월 마음탐사일지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경(三敬)에 대한 견해- 2. 경인(敬人)의 합당함 (0) | 2017.07.07 |
---|---|
*삼경(三敬)에 대한 견해 - 1.경천(敬天)의 합당함 (0) | 2017.07.04 |
동학혁명 그 시작점과 역사의 흐름 (0) | 2017.03.14 |
용담유사(龍潭遺詞) -민초에게 외친 깨우침의 노래- (0) | 2017.03.02 |
단재 신채호와 민중들의 역사 인식 (0) | 2017.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