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월 마음탐사일지2

동학혁명 그 시작점과 역사의 흐름

lampeer 2017. 3. 14. 11:31

동학혁명 그 시작점과 역사의 흐름

 

이재웅*


 

본 글에서는 동학혁명의 역사적 흐름에 대하여 크게 세가지 관점으로 나누어서 서술한다. 첫 번 째는 수운 최제우로부터 싹튼 동학 혁명의 진정한 시작점에 대하여 고찰한다. 두 번째는 1894년에 강렬하게 진행된 동학혁명의 짧은 역사, 민중들의 처절한 외침에 대하여 고찰한다. 세 번째는 1860년 동학사상의 탄생으로부터 시작하여 19193.1 운동을 거치고 2016년 시민 촛불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는 역사적 흐름, 완만하지만 크고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민주, 평등에 대한 민중자각(民衆自覺)의 역사의 흐름에 대하여 고찰한다.

 

(1) 동학혁명의 진정한 시작점

보통 동학혁명 하면 1894 전봉준의 고부 기포로 시작되는 동학 혁명 전쟁을 떠올린다. 그러나 동학혁명의 진정한 시작점은 1860년 수운 최제우가 모든 사람은 한울님이다.’라고 선포하며 동학천도사상을 싹 틔운 그 순간이라고 생각된다. 바로 그 순간, 모든 민중들이 정확하게 평등하고 존귀하므로 그 상태 그대로 존중을 받아야 하는 근원적인 정당성이 선포된 것이다. 모든 민중들이 차별없이 정확하게 존중 받는 사회혁명으로의 희망을 꿈꾸고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당할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바탕이 마련된 것이다.

최제우가 1860(경신년) 4 5일 터득했다는 진리는 그 내용이 참 아름답다. 그러나 그것이 경이롭기까지 한 것은 최제우가 자신 집안의 여자 노예를 손수 해방시키고 며느리와 양녀로 맞이한 사실이다. 그 당시로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을 실천하였던 것이다. 1860년 그 당시 조선 사회는 양반/상놈 신분의 차별이 사회적 제도로 수백 년을 내려와서 모든 사회인원의 몸에 배인 관습으로 굳어진 상황이었다. 그러한 사회적 배경을 고려할 때 최제우의 행동은 그야말로 혁명적이다. 진리에 대한 큰 각성으로 인하여 최제우 자체가 스스로 혁명적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주위 모두에게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어떻게 깨달아야 그렇게 행동이 급진적으로 변할 수가 있는가? 최제우의 득도(得道)는 살아 있는 역동적 힘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 사건인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이 186311일에 있었음을 상기해 본다.

1860년 최제우가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를 크게 깨우치고 곧바로 자신이 거느리던 노예를 해방시키고 며느리와 양녀로 맞이한 것이 바로 무척 감동스러운 동학혁명 실천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역사속에서 도도히 흐르고 있는 민중 자각(民衆 自覺)’의 강물이 정확하고 생기 넘치게 분출하는 옹달샘이었다. 무릇 바다를 향하여 도도히 흐르는 큰 강물도 그 시원(始原)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옹달샘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2) 동학혁명의 짧은 역사

동학 농민혁명군의 처절한 대규모 항거와 전쟁의 기간은 18941(음력) 전봉준의 고부 기포로부터 시작하여 18953월 전봉준이 사형될 때까지 1년 남짓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34년에 걸친 동학혁명의 사상적, 인적 조직의 잉태기가 있었다. 최제우의 1860년 득도부터 1864년 순도(殉道)까지 4년간이 동학사상의 씨앗이 뿌려진 기간이다. 동학에서 최제우의 포덕(布德)과 순도(殉道) 과정은 그리스도교에서 예수의 포교와 순교를 여러 측면에서 흡사하게 닮아 있다. 이점은 기회가 있을 때 좀더 자세히 비교 고찰해보고 싶은 주제이다.

최제우의 제자 해월(海月) 최시형은 동학의 2대 교주로서1864년 최제우의 순도직후부터 스승의 유지를 받들어, 고난의 피신 생활 중에도 그침없이 30년간 동학의 사상을 전파시키고 인적 조직을 형성하여 갔다. 그러한 동학혁명 잉태의 기간이 있었기에 1894년 고부군에서 발생한 민중들의 항거가 단순한 민란이 아닌 혁명의 성격을 가질 수 있었다고 본다. 실제로 1894년 전쟁을 치룬 동학 농민혁명군의 중요 지휘자들은 동학의 접주들이었다. , 역사적으로 동학혁명을 움트게 한 토대를 만든 핵심적인 두 인물이 바로 최제우와 최시형으로 생각된다.

   1894년 동학 농민군 민초들이 항거한 직접적인 이유는 한마디로 극도로 수탈당한 처참한 삶이었다. 민초들은 참을 수만 있으면 좀처럼 항거하지 않고 참고 견뎌내는 속성이 있다. 민초들이 항거하는 것은 도저히 더는 견딜 수도 없고 참고 넘길 수가 없는 절망적인 상태가 압박을 하기 때문이다. 민초들은 머리로 항거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항거하는 것이다.

처절한 원인과 그에 따른 처절한 항거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투에서 동학 농민혁명군이 1년밖에 버티지 못한 것은 조일연합(조선 관군과 일본 침략군의 연합) 진압군에 비하여 무기, 훈련, 조직 상태가 절대적으로 열세였기 때문이다. 공주 우금치 고개 마루에 형성한 진압군의 전선을 뚫고 경성으로 진군하기에는 그야말로 역부족이었다. 우금치 고개를 넘기 위하여 사투를 벌였지만 결국 전멸에 가까운 패전으로 전쟁이 끝나고 만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서 죽음으로 희망의 세상, 개벽의 세상을 외치고 간 민초들의 처절한 희망과 좌절의 역사 그것이 동학혁명이다.

 더욱 분하고 한이 서리는 것은 이 전쟁을 빌미로 조일연합 진압군 즉, 민초들을 수탈한 원흉인 조선의 수구 지배세력과 조선을 침탈하려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침략한 일본군의 어처구니 없는 결탁으로 수 많은 무고한 민초들이 학살당한 사실이다. 공주 송장배미의 비석처럼 원혼이 시커멓게 맺혀 흐른 역사이다.

 본인은 동학혁명에 대하여, 1860년 최제우의 인내천득도와 1864년 순도, 그를 이은 30년 간의 최시형의 동학사상 전파와 인적 조직형성, 1894년 전봉준과 민초들이 항거한 고부기포를 시작으로 1년간 치른 동학농민혁명 전쟁에서 1898년 최시형의 사형에 이르기까지 38년간의 짧은 기간을 민중이 부당한 질곡의 삶을 뚫고 일어난 근대 평등혁명의 서막의 역사로 정의하고 싶다.

 

(3) 민중 자각의 긴 역사적 흐름

1860년 최제우의 득도로 시작하여 1894 1년간의 동학농민 혁명전쟁을 거쳐서 1898년 최시형의 사형으로 끝이 난 동학혁명을 이은 것이 191931일에 일어난 3.1 독립만세 운동이다. 전국의 민중들이 도저히 더 이상은 일본의 식민지 삶을 그대로 견디기가 힘들어서 일으킨 혁명이었다. 그리고 그 혁명은 밀접하게 동학혁명과 연결이 되어 있다.  3.1운동을 계획하고 주도한 의암 손병희는 1894년 전봉준과 함께 동학농민혁명 전쟁을 이끈 몇몇 지도급 인물중의 한 사람이다. 손병희는 1894년의 전쟁에서 살아 남았고 최제우, 최시형을 이은 동학의 3대 교주이다. 190521일 동학을 천도교로 개칭하면서 동학의 종교성을 공고히 하고 교세를 넓혀 갔다. 그리고 그 조직력과 금력을 동원하여 3.1운동을 주도적으로 일으켰다. 따라서 3.1운동은 동학과 여러 측면에서 실제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비폭력 혁명 항거이다.

 비록 독립만세운동의 희망인 독립을 즉시 이루지는 못하였지만, 3.1운동으로 민중들의 민족적 자각이 뚜렷하여 졌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하여 망명지에서 19194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다. 임시정부의 헌장 10조 중에서 제1조와 제3조를 적으면 아래와 같다.

1조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제로 한다

3조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 귀천 및 빈부의 계급이 없고 일체 평등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장의 정신은 동학의 인내천 정신과 그 맥이 통하지 않는가?

사람이 한울이다! 고로 모든 민초들은 존귀하고 정확하게 평등하다. 스스로가 자신의 주인이자 사회의 주인이다.’라고 외치는 동학사상, 동학혁명의 사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 않는가!

1860년 최제우가 득도하고 인내천사상을 민중들에게 외친 지 156, 1894년 지극히 부당한 지배세력의 수탈과 외세에 항거한 동학농민혁명 전쟁을 치른 지 122, 19193.1 운동을 한지 97년이 지나고 있는 2016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과연 어떠한 상태인가?

국력이나 민중들의 삶이 극단적으로 열악해졌던 1800년도 말엽이나, 일본의 식민지 시절과는 전혀 비교가 안되게 향상이 되었다. 8.15 해방 후 지금까지 가난을 벗기 위하여 모든 분야에서 각고의 성실한 삶을 살아온 온 국민, 민중들이 스스로에게 서로 진심으로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치며 자본주의의 잘못된 금전 만능적인 횡포로 인하여 민중들의 삶이 매우 피곤해 지고 있고 양극화 되고 있다. 또한, 민중들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더 이상 참고 견딜 수가 없는 비상식적인 친일독재 정치 세력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만행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급기야 민중들은 다시 백만명이 넘게 거리로 나서서 부당함에 항거하기 시작하였다. 시민 촛불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가 경이로운 존중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성숙한 민중들의 거세면서도 매우 평화적인 평화혁명이다. 민중들의 자각으로 외치는 함성의 내용은 참 감동적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100 여년 전 우리들의 바로 가까운 윗대 조상들이 동학혁명으로 일어나서 처절하게 외치고 간 희망을 이어서 외치고 있는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본다.

민초들의, 민중들의 평등하고 바르고 밝은 사회로의 희망!    


 그것은 완만하게 그러나 누구도 막지 못하게 희망의 넓은 바다로 넘실대며 흘러가는 민중 자각(自覺)’의 큰 강 줄기이다. 아마도 어쩌면 우리 인류 공동체가 미래 백 년, 천 년을 넘어서 함께 노래 부르며 이루어 갈 도도히 흐르는 지구행성 세계의 긴 역사의 흐름일 것이다.( 2016 12 25)

l  공학박사 < 묘하고 묘합니다 어느 이공학자의 구도보고서 1>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