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eer칼럼 71

윤회

윤회 윤회는 또다른 의미의 영원설이다. 어떤 형태로든 ‘나’라는 존재가 영속하기를 바라는 마음, 죽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반영된 사유체계라고 할 수 있다.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죽은 이의 윤회가 죽음이 초래한 슬픔에 당장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은 이를 아무리 그리워한다 하더라도 죽은 이가 막상 돌아왔을 때 그저 반갑기만 할 것인지 몹시 당황할 것인지 그것을 묻는다면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진짜 진심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삶은 삶이고 죽음은 죽음인 것이다. 삶과 죽음이 마구 섞이기를 바라지도 않는 것이다. 만약 죽음을 윤회의 선상에 놓는다면 삶은 또 어떠한가? 영원히 죽지 않는 변형적 쳇바퀴의 굴레를 벗어나지 않는 일이다. 죽음과 삶의 경계도 없어지며 죽음과 삶의 의미 또한 다시 정의되어야..

lampeer칼럼 2019.08.13

변화와 생명력

변화와 생명력 기존의 용어 앞에 ‘다시’, ‘새’ 자를 붙인 것들이 있다. 그 당시에는 새롭고 개혁적인 용어이지만 현시대의 언어는 아니며, 거기에는 다분히 과거 정신을 살린다는 뜻과 더불어 과거의 권위에 기대려는 심리가 있다. 과거의 언어들을 포장을 달리하거나 순서를 달리한다고 해도, 수식어가 붙는 동어반복으로는 새롭지않다. 새로운 시대엔 그 시대를 표상하는 생생한 언어들이 나와야 하며, 현재에 살아남은 훌륭한 사상과 정신은 굳이 붙인 조어가 없이도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와 생명력이 있다. 새로운 변화와 경험이 낳은 시대정신은 시대가 불러낸 새로운 사유들을 성찰하고 전망하며, 저마다 특성을 십분 발휘하여 안팎이 일치하고 사람과 시대가 성장하는 실제(實際)의 내용들일 것이다. 현대물리학은 양자역학 양자컴퓨..

lampeer칼럼 2019.08.02

동학기행(東學紀行) /공주 우금치와 정읍 일대

* 동학기행(東學紀行) /공주 우금치와 정읍 일대 (2016년 10월 31일 작성) 2016년 10월 22부터 23일까지 이틀에 걸쳐 천도교종학원과 정읍시가 주최한 동학유적지 기행이 있었다. 이번 기행의 특징은 ‘공주 우금치전투’와 ‘정읍(고부)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답사로서, 1893년 11월 거사가 모의되고, 1894년 1월 결행된 이래 일 년에 걸친 동학농민혁명의 발발과 전개, 전환과 결말 가운데, 일정상 발발 부분에 해당하는 고부봉기와 결말 부분에 해당하는 우금치 전투를 집중 견학한데 있으며, 동학혁명 전문가와 정읍 현지 역사 전문가의 현장감 있는 설명이 추가된 의미와 의의가 있는 답사여행이었다. 첫째 날은 공주지역으로, 동학농민혁명 대미(大尾)의 전투인 우금치현장과 그 주변의 송장배미 방문이었다..

lampeer칼럼 2019.07.18

신과 인간

신과 인간 고난이 있는 곳에 메시아가 있었다. 고난의 민족에겐 메시아가 필요하다. 각 민족의 영웅신화가 있었고 유대인의 이스라엘 민족에겐 예수가 있었고, 인도인에겐 크리슈나, 붓다가 있었다. 이슬람에겐 알라의 마호메트가, 우리 민족에겐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단군이 있었고 고대국가의 영웅신화(神話)들과 근대 탄생한 한국형 메시아인 지상신선(地上神仙)도 있었다. 한자어 신(神)은 위아래를 꿰뚫어 통찰해서 보는 이를 뜻한다. 불밝힌 자(enlightenment) 이고, 안을 보는 자(insight)이며 안팎을 보는 자(inoutsight)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연에 깃든 생명성(animism)을 감지하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하나의 생명적 연결체로 보았다. 제우스 헤라 포세이돈 아레스 헤파이..

lampeer칼럼 2019.07.04

성공과 명상

성공과 명상 현대의 대표적 지성으로 를 쓴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하라리와 티벳의 영적 지도자로 세계를 주유하는 달라이라마가 적시하는 ‘인생의 성공을 위한 10가지 항목’ 중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것이 있다. 우선 성공을 위한 열 가지 규칙으로, 달라이라마는 ‘남을 돕기, 남의 말에 동요 않기, 자신의 내적 가치에 집중하기, 침착하기, 연민을 가지기, 마음을 결정하기, 명상하기, 관점을 유지하기, 우정을 키우기, 재밌는 이야기 나누기’를 든다. 유발하라리는 ‘적응하기, 실패 다루는 법을 배우기, 스토리텔러 되기, 자신을 알기, 비파사나(관찰)명상하기, 영성에 관여하기, 철학 공부하기, 다독(多讀), 사회적 능력의 신장, 임무 찾기’를 든다. 모두 필요한 항목이지만, 출발점에 차이가 있다. 달라이라마가 첫..

lampeer칼럼 2019.06.20

평화의 시대

평화의 시대 촛불시민 혁명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마도 인산인해의 광화문 일대와 시내 중심가를 도도한 물결처럼 흐르며 끊임없이 이어지던 시민들의 행진의 행렬일 것이다. 이렇게 계속 모이기만 해도 한마음으로 걷기만 해도 평화적 방법으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경험은, 정말 나라의 주인은 사람이구나, 국민이구나 를 실감케 한 사건이었다. 무엇보다 평화의 혁명이었다. 누군가의 돌출 격앙된 국면에서는 모두 같이 '평화평화'를 외쳤다. 모이고 걸었던 게 쉽지만은 않았던 거 같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장시간 앉아 있어야 했고, 구호를 외치느라 목이 쉬는 이도 있었고,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장시간을 서 있어야하기도 했다. ‘이게 나라냐’ 로 시작됐던 구호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

lampeer칼럼 2019.03.07

종교에서 마음 닦기(修)의 맹점

종교에서 마음 닦기(修)의 맹점 각 종교마다 수행(修行) 수양(修養) 수련 수도(修道) 등 마음공부의 체계들을 갖추고, 길게는 누천년을 이어오는 것들도 있으며, 인류의 삶에 빛을 비추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전해온다. 하지만 부작용도 많다. 그 중, 묵조(默照) 수행은 묵묵히 비추는 것이다. 어두운 방에 앉아 묵묵히 비추면 달밤에 달빛을 쐬는 것과 같아 시원하기는 할 것이고, 대낮에 햇빛을 쐬는 것과 같아 따뜻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자체로 지혜로워지지는 않는다. 염불이나 주문 수행은 음성언어의 반복에 의해 외우는 소리를 듣는 귀가 청각을 자극하고 편도체의 감응을 받아 이성적이기보다 감정적 맹목적 정신 상태에 이르기 쉽다. 기운이 상승되다 보니 눈물이 나거나 반복적인 몸의 동작이나 몸 떨림이 있거나 몸..

lampeer칼럼 2018.12.04

종교들의 맹점

종교들의 맹점 성인(聖人) 군자(君子) 천(天) 명(命) 도(道) 덕(德) 인(仁) 성(性) 사(事) 존양(存養) 성(誠) 수신(修身) 수양(修養) 사원 경서(經書)들은 유학 유교 유래의 언어들이다. 불(佛) 여래(如來) 보살 삼보(三寶) 무상(無常) 무아(無我) 고(苦) 연기(緣起) 반야 공(空) 수행(修行) 계(戒) 자비 참선 종(宗) 오(悟) 각(覺) 절(寺) 경전(經典)들은 불교의 언어들이다. 하나님 천주 주님 성부 성자 삼위(三位) 세례 영세 은총 기도 수도(修道) 찬송 찬양 신앙 예배 교회 성경(聖經)들은 그리스도 계열의 언어들이다. 경(經) 전(典) 교(敎) 믿음 신도 신자들은 많은 종교들에 공통된 용어이다. 종교들은 대체로, 우선 자기 종교의 개념들에 엄청난 권위를 부여하고 타종교와는 다른..

lampeer칼럼 2018.11.28

21세기의 한국종교

21세기의 한국종교 우리나라에 세계의 종교들이 번성해 온 것은 현대사에 이르도록 질곡과 부조리의 긴 터널을 통과해 온 우리민족의 수난사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종교들의 탄생은 원래 불편함, 저항정신에서 비롯됐다. 그리스도교의 탄생은 유대국의 정치 통치자 구(舊)종교지도자들의 실정과 부패 기득권이라는 내적요인과 이집트 로마제국들의 외세에 핍박받은 유대인의 질곡에서 비롯되었고, 불교의 탄생은 생로병사라는 인간조건에 대한 고타마 싯다르타의 깊은 회의와 육사외도 등 구(舊) 사상들에 대한 극복에서 비롯되었으며, 한국 근대 종교인 동학천도교는 조선말 왕조의 무능과 일본 등 열강 제국주의의 침탈에 따른 민중의 시달림과 그 극복의 모색에서 비롯되었다. 조선말 그리스도교와 동학천도교는 모두 한반도의 신흥종교이기도 ..

lampeer칼럼 2018.10.11

뜰과 들

뜰과 들 대도시인데도 집 근처에 엄청난 규모의 자연생태 공원이 있었다. 염전 밭엔 소금이 익고 개미취와 억새들이 온통 뒤덮은 벌판을 아이들과 함께 휘젓고 다니면 하루해가 기울고 아름다운 석양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생태공원에 이르는 초입새엔 나무 다리가 있었는데, 인근 바다의 밀물 때면 다리가 물에 잠겨서 발을 적시며 난간을 잡고 다리를 건너야 했다. 어느 날 그 공원은 두부 자르듯 반 토막으로 나뉘었고, 공원 쪽은 느닷없이 덴마크풍의 풍차가 들어섰으며, 다른 쪽은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이고, 멀리 아파트단지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개발과 함께 땅은 진흙탕으로 변하여 더 이상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달릴 수도 없게 되었다. 바닷가 근처까지 아파트가 들어섰고 지하철이 개통되기 직전 그 마을을 떠났다. ..

lampeer칼럼 2018.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