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통찰명상>

동학(東學)

lampeer 2025. 3. 18. 11:14

동학(東學)

 

봉건체제의 기나긴 신분질서의 시대를 지나서 19세기 중엽, 한반도에서 탄생한 동학사상은 ‘하늘존중[敬天] 사람존중[敬人] 사물존중[敬物]’으로, 하늘과 사람과 사물이 평등한 새로운 시대 정신의 횃불을 켠 일대 사건이다. 봉건시대 질서에서 탄생한 공자 사상(Confusianism)과 대조되는 근대적 평등질서의 수운사상(Su woonism)이라고 할 수 있다.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동학의 창시자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의 뜻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천의(天意)가 인심(人心)이며, 그것이 일치를 이룰 때가 동귀 일체(同歸一體)이자, 바로 극(極)이 없는 무극대도(無極大道)이다.  이를 위해 정심수도(正心修道)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정성[誠] 공경[敬] 믿음[信]으로, 마음을 지키고 기운을 바르게 하는 것[守心正氣]이다.

 <동경대전>의 「불연기연(不然其然)」장에 보면, 알 수 없는 일의 ‘불연지사(不然之事)’와 알 수 있는 이치의 ‘기연지리(其然之理)’는 ‘만단의아(萬端疑訝)’ 속에서 무궁한 이치 무궁한 나를 무궁히 살펴 무궁히 알아가는 ’만사지(萬事知)’ 가운데 드러난다고 하였다. 이는 ‘시운시변(時運時變)’을 알아가는 시대의 주체, 인심(人心), 천도(天道)의 주체로서의 인도(人道)를 열은 것이다. 그러한 인격적 모델을 수운은 ‘지상신선(地上神仙)’이라고 하였다. 이후의 동학 농민혁명, 일제하 독립 운동, 해방 이후 민주화 운동, 촛불혁명 등은 민중이 주체로 등장한 평등 민주주의의 여정이며, 만사지 (萬事知)의 사회 참여적 알아차림의 형태와 실천을 보여준다. <동경대전(東經大全)>에 보이는, ‘일심(一心), 일점(一點), 극사(極思), 불망(不忘)’들에서 치열한 알아차림, 만사지(萬事知)의 노력을 볼 수 있다.

 19세기말 평등의 관점에서 사유한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는 우주 생명을 하나의 기〔一氣〕로 보았다. 기(氣)를 음양(陰陽)이 접고 펴는〔屈伸〕 자연과 생명의 에너지 원천이며, 경외감을 가지고 이를 무극(無極)의 천(天)으로 본 것이다. 이는 생명의 몸과 마음을 가리키는 데서 나아가 인내천(人乃天)의 우주로 통합되는 일원론으로 나타난다. 사람 생명 사물 우주를 하나의 통합적 관점에서 본 것이다. 다만 근대에 탄생한 동학사상이 기론(氣論)에 다시 시천주(侍天主)의 천주를 세워, 굳이 브라만, 불성(佛性), 천주 등 전통 종교의 형식을 취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선시대 사천(事天)의 시대 배경을 반영해서 동학이 사용한 ‘천도(天道)’ ‘군자(君子)’들의 용어를 민족 전래이면서도 보편적 언어인 홍익인간처럼 현대적 언어로 재탄생 시킨다면 현대인들이 좀더 수월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8장. 명상들의 키워드 '동학'  유경 <질문통찰명상> 마인드랩 2024 pp.262-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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