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東學)의 차세대 패러다임에 대한 고찰-글⑩
指月 이재웅
2. 양천주(養天主)
(1) 양천주를 통한 시천주의 능동성
동학의 양천주(養天主) 사상은 한울을 기를 줄 아는 사람만이 시천주(侍天主), 곧 한울을 모실 줄 안다고 가르친다.17) 타 종교와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신관(神觀)에 바탕을 둔 사상이다. 동학사상의 한울님은 그리스도교의 유일한 창조신 천주 또는 하나님과는 매우 다른 개념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유일하고 전지전능한 창조신인 천주에 의하여 생겨난 피조물들이 천주를 기른다는 개념은 있을 수 없다. 모든 피조물들은 창조주의 계획에 따라서 생겨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갈 뿐이다. 한편, 불교는 모든 존재들에게 불성(佛性)이 있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 불성은 모든 존재들 속에 내재해 있는 궁극의 본질적인 성품이다. 우리 존재들은 견성(見性)하여 그 성품 자리에 들 수 있다는 개념이다. 자신 속의 불성을 확실하게 깨우치려는 것이 수행의 핵심적인 목적이다. 모든 존재 속에 있는 한울을 모신다는 동학의 시천주(侍天主)의 개념과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존재들이 불성을 기른다는 개념을 명시적으로 찾을 수 없다. 즉, 양불(養佛), 양불성(養佛性)이란 용어는 어디에도 없다. 양천주를 통한 확실한 시천주는 시천주의 능동성을 부여하는 멋진 사상이다.
(2) 생명 객체들의 정확한 주체성
양천주 사상은 우주에서 생겨나서 무궁하게 변화하고 있는 생명 객체들의 필연적인 본질 즉, 모든 생명 객체들의 근원적인 존재 이유를 통찰하고 있다. 한울(渾元之一氣)을 품고 있는 생명 객체들이 한울(宇宙)을 기르는 삶, 생명체 삶의 근원적인 주체성을 선포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들 자체가 우주 정보들의 발현으로 출현한 것이다. 즉 우주 정보에 의하여 창조되어진 자들(being created ones)이다. 그런데 또한, 우주에서 발현되어 살아가고 있는 무수한 생명체들 하나하나가 행하는 모든 활동으로 우주의 새로운 정보들이 끊임없이 무수히 창출된다. 그 결과 우주 자체가 새로운 정보를 새롭게 포함하는 새로운 우주로 재구성(reformation)되어 가고 있다. 아무리 미미할지라도 모든 생명 객체들 하나하나가 분명히 우주 정보의 창조자들(creating ones)이다. 즉, 모든 생명 객체들은 창조되고 있는 자들인 동시에 창조하고 있는 자들이다.18) 따라서 동학에서 한울을 기른다는 양천주의 사상은 자연스럽고 합당한 것이다. 우주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능동적이고 조화로운 생명활동, 정성스럽고 생기 넘치는 삶이 우주 자체를 새로이 길러가는 일이다, 이것이 생명체로서 하늘을 기른다!의 뜻, 원대하고 근원적인 양천(養天)의 뜻일 것이다. 이처럼, 양천주의 개념은 생명 객체로서 주체성과 소명감이 뚜렷한 개념이다. 21세기의 현대적 생명관, 우주관에 잘 어울리는 멋진 개념이다.
우리 인류가 지구행성에서 뭇 생명체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우리의 문명을 찬란히 이루어가는 것이 우주에서 우리의 몫을 멋있고 성실하게 담당하는 것이다. 비록 우주의 스케일에 비하여 참으로 미미할지라도 그렇게 함이 우주의 일원으로서 마땅하다.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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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천도교경전』,「海月神師法說 養天主」, 천도교중앙총부출판부, 2016, 367-368쪽.
18)이재웅,『묘하고 묘합니다 어느 이공학자의 구도보고서 1』, 마인드랩, 2015, 88-90쪽
19)이재웅,『신인간』787호,「우주생명현상, 侍天 養天의 뜻을 살핌」, ㈜신인간사, 2016, 67쪽.
-글⑪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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