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삼매경
삶보다 더 확실한 명상은 없겠지요. 한 발자국도 삶에서 벗어나지는 법은 없는 것이니까요. 삼매경이 무엇입니까? 벗어나지지 않는 확고한 경지 아니겠습니까? 생명체가 삶보다 더 확고히 머물 수 있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까? 결국 이 모든 양상이 삼매경, 가장 확실한 삼매경이지요.
삶과 존재에 의미를 붙이기 위한 기존의 어떤 이론도 결국 공리에 불과합니다. 그 이론을 처음 터득할 때는 진실한 삶과 존재의 의미를 잡아낸 듯하나 그것들은 여지 없이 빛을 잃고 마는 것입니다.
모든 이미지의 들뜸이, 껍질이 걷히고 나면, 의미를 알 수 없는 삶만이 오롯이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의미를 잡아 내려 한다는 것이 미혹이요 미궁에 빠져버리는 몸짓입니다. 그저 살아가는 것 이외에 그 삶에다 찬연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직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사려됩니다.
삶이라는 것과 무명(無明)이란 전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삶에 어떤 본질적 의미를 부여함이 바로 삶의 본질적 의미를 왜곡시키는 첫걸음이라는 것입니다. 삶의 근본적 의미를 찾아 나서면 번번히 돌아오는 곳은 알지 못함의 장소입니다. 정말로 알지 못할 본성을 찾는 것이 삶이라는 것이 점점 확실해질 뿐입니다. 그것이 확실해질수록 마음이 삶 속으로 빨려 드는 것을 봅니다.
마음은 가리키고 있습니다. ‘살아라! 살아라! 삶에 속아라! 그것만이 가능한 일이다. 삶에 속아 넘어 가거라!’ 생명체에게 바로 유일한 가능함이란 삶을 의미합니다.
(1985. 6. 1)
지월 이재웅<묘하고 묘합니다 어느 이공학자의 구도보고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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