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장삼의 개혁
며칠 전 5월 16일에 광화문 광장에서 치른 불교행사에 대하여 차분히 생각하여 봅니다. 기획하여 진행한 화려하고 비용이 많이 든 행사입니다. 그러한 화려한 종교행사가 힘들고 슬프고 회의하는 많은 민중들에게 얼마나 진정한 희망으로 스며들까요? 진정으로 얼마나 깊은 지혜와 자비의 실천이 담긴 행사인지 반문하게 됩니다.
석가모니 성인께서는 그 오래 전에 매우 고귀한 종교적, 사회적 비전을 제시하셨습니다. 그로부터 수 많은 이들이 진실한 희망을 보았습니다. 정말 뚜렷하게 개혁적이셨습니다. 겉치레 없이 참으로 소박한 모습으로 행동하셨습니다. 그렇게 행동으로 실천하셨다고 경전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요즘 스님들의 가사장삼을 보면 꽤나 우아하고 멋들어집니다. 고급스러운 옷감으로 만들어진 것이 뚜렷하게 보이는 가사장삼을 입은 스님들이 드물지 않습니다. 널따란 소매가 화려하게 치렁치렁 휘감아 늘어지는 스님들의 가사장삼! 아마도 가사장삼을 입고 우아하게 학춤을 추면 그대로 멋들어진 무복(舞服)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가사장삼의 모습이 과연 무엇을 뜻하고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조용하게 성찰해 보았으면 합니다.
학 날개 같은 소매 자락이 치렁치렁 늘어지는 멋들어진 가사장삼과 무대 쇼를 하듯이 치르는 화려한 종교행사가 왠지 그 맥이 통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근사하게 펄럭거리는 가사장삼을 보고 있노라면 석가모니 성인이 떠오르기 보다는 바라문의 제사장이 떠오릅니다.
석가모니께서는 남이 버린 옷을 깨끗이 빨고 수선하여 마련한 `분소의(糞掃衣)`를 입으셨다고 합니다. 경전을 통하여 그렇게 배우고 들었습니다. 석가모니의 ‘분소의’와 한국 불교 스님들의 ‘학 날개 가사장삼’!
어디부터 어긋난 것일까요? 도대체 어느 지점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것일까요?
스님들의 가사장삼부터 소박한 형태로 바뀌기 전에는 석가모니의 고귀하고 소박한 정신을 진심으로 이야기 하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치렁치렁하게 늘어지는 팔 소매가 실용적인 모습으로 한참은 줄어들어야 석가모니 성인께서 보이신 소박한 정신이 깃들 것 같습니다.
예복이니까 그런 것이다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고귀한 절 집안의 정중한 예복이니까 그렇다고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 예복의 팔 소매가 치렁치렁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석가모니 성인을 따르는 그룹의 예복이라면 당연히 간결하고 검소하고 실용적인 모습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의식주는 우리의 행동과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석가모니 성인의 제자라면 치렁치렁 휘 감도는 가사장삼부터 소박하고 간결하게 고쳐 입는 것이 중요한 개혁의 한 걸음일 것입니다. 스님들 각자가 진짜로 마음을 먹기만 하면 이룰 수 있는 개혁입니다. 오늘 각각 스님들께서 예복으로 입는 가사장삼의 팔 소매의 넓이부터 한번 살펴보고 성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절 집의 예복인 가사장삼을 평상복처럼 아주 간결하고 검소한 형태로 바꾸는 것!
그 하나의 진심 어린 개혁으로부터 여러 가지가 실제로 바뀌어 갈 수 있습니다.
가사장삼의 개혁!
(2015. 5. 27)
지월 이재웅<묘하고 묘합니다> '오늘 일을 묻습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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