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월 마음 탐사일지1

다음 생에 대한 바람

lampeer 2016. 6. 28. 10:50

다음 생에 대한 바람

 

 

나는 이번 생애에 생사일대사(生死 一大事)를 마치고 윤회의 고리를 벗어나기를 염원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설사 이번 생애에 생사일대사를 마치지 못한다 해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서 닿는 대로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 보람되고 흐뭇합니다.

 

왜 그러한가?

이번 생을 마치고 죽은 후에 내가 열심히 수행한 업력이 보탬이 되어서 어떤 존재가 나보다 나은 근기로 태어나서 나보다 훌륭하게 불법을 수행하고 우주 삼라만상에 더 보탬이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만나지 않을 어떤 존재가 태어나서 나보다 나은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 꾸준히 수행함이 얼마나 상쾌하고 즐거운 일입니까!

 

보시를 하려거든 머무는 바 없는 보시를 해야 마땅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위와 같이 전혀 모르는 어떤 존재를 위하여 노력을 하는 것이야말로 내게로 돌아오는 보상을 바라지 않는 깔끔한 보시의 행이라고 생각됩니다. 내가 열심히 수행할 때 나는 소리 없이 즐거운 보시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설사 수행을 해서 이번 생애에 생사일대사를 매듭짓지 못할 지라도 마음이 편안하고 흐뭇합니다. 내가 수행을 하다가 이번 생을 마치고 죽은 후에 그 업력의 흐름으로 어떤 존재가 생겨날 때 그 존재가 서방정토 극락 세계로 가기보다는 사바세계로 다시 나오기를 바랍니다.

왜 그러한가?

 나라고 극락 왕생하여, 윤회함이 없이 안전하게 성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나는 내 속에서 모순적인 나의 마음 씀씀이를 바라봅니다.

요즘 입적하신 훌륭했던 수행자들, 예를 들어서 법정스님, 청화 스님, 성철 스님, 숭산 스님 같은 분들이 극락세계에 왕생하지 않으셨기를 바라고 있음을 봅니다. 그것은 한 평생을 훌륭하게 수행하여 공덕이 있으신 분들이 극락세계로 왕생하여 거기서 성불할 때까지 머물기보다는 어려움이 많은 사바세계로 빨리 다시 돌아와서 나와 같이 힘들어하며 모자라게 애쓰고 있는 존재들이 수행하는 것을 좀 도와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입니다. 사실 사바세계를 살면서 나 같은 중생이 원만히 수행하여 나아 가기가 벅차니까요.

그런데, 나는 안전하게 극락에 왕생하고 훌륭했던 수행자들은 내가 그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니 사바세계로 오시라! 이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 바램입니까?

부끄러움이 일어납니다.

 

내가 이래도 석가모니 부처님을 나의 스승이라고 부르는 제자인가?  언젠가부터 마음이 조금씩 적극적으로 다소 용기 있게 바뀌고 있음을 봅니다. 내가 이번 생애에 열심히 수행하여 전보다 나아진 상태로 죽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업력의 흐름과 상관되어서 생겨나는 어떤 존재가 사바세계로 오기를 발원합니다. 안전하게 성불이 보장된 아미타불 극락세계에 생겨 나기보다는 불편함과 위험함이 있어도 사바세계에 생겨나서 지금의 나와 같이 모자람으로 애쓰고 있는 존재들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석가모니 성인 같은 분을 모범 삼아서 훌륭하게 수행하여 주위를 복되게 하기를 바랍니다. 사바세계 윤회 속에서 고()를 에너지 삼아서 수행하여 함께 성불로 나아가기를 발원합니다. 이러한 마음의 움직임에 조용한 환희가 생깁니다.

석가모니불!

(2013. 7. 15)

 

지월 이재웅<묘하고 묘합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