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거미
며칠 전 쌀쌀한 가을날 해질 무렵
강가의 작은 나뭇가지 사이에
분주하게 거미줄을 짜고 있는 작은 거미를 보았습니다.
미처 다 자라나지 못해서 콩알 반쪽만한
새끼 거미였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바라보니
부지런히 거미줄을 짜고 있는
새끼 거미가 느끼는 감정이
제가 부지런히 일을 할 때
느끼는 감정과 똑 같아 보였습니다.
밤이 깊어져 싸늘하게 이슬이 내릴 때
그 새끼 거미가 한 구석에 웅크리고 느낄 감각이
제가 추운 날 밖에서 웅크리고 떨고 있을 때
느끼는 감각과 똑 같을 것입니다.
또 하나 보았습니다.
땅바닥에서 벌이 한 마리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미약하게 움찔거리며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벌이 느끼는 감정과 감각이
제가 죽음을 맞이하며
느끼는 감정 감각과 똑 같을 것입니다.
지구행성 위에서 생멸하는
모든 생명 가진 존재들이 모두 똑 같을 것입니다.
새끼 거미의 삶과 죽음
벌의 삶과 죽음
다람쥐의 삶과 죽음
인간 지월의 삶과 죽음
모두 깊이 경이롭고 모두 깊이 무상(無常)합니다.
스스로 그렇게 자연스럽게
열심히 살고 죽으면 되리라 봅니다.
모든 생멸하는 것들이 늘 그리해 왔고
또 내내 그럴 것입니다.
연기(緣起)의 흐름을 타고 열심히 살고
죽음을 맞이하여 소멸하고
스스로 그렇게 변하여 가면 되리라 봅니다.
생성과 소멸은
우주법계의 스스로 그러한
깊고 정확한
대자대비(大慈大悲)일 것입니다.
(2013. 10. 23)
지월 이재웅 <묘하고 묘합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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