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탐사 여행의 출발점과 첫 번째 결과 보고
1. 출발점
현대과학의 발달로 우리 세대는 이미 우주의 엄청난 실상을 알기 시작하였습니다. 우주에는 천억 개의 은하계가 펼쳐지고 있고 우리 은하에도 천억 개의 태양이 빛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굉장합니까! 그러나 또한 이 사실로 인하여 우리는 거대한 우주 속에서 속절없이 고립된 생명체의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138억년의 시공 속에서 지구행성이란 한 점에 갇힌 채 100년도 못 되는 찰나의 삶을 살고 소멸하는 생명체의 의미를 묻게 됩니다. 1997년 우리 인류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웃 항성을 향해서 보이저(voyager) 1호 무인 우주선을 출항시켰습니다. 앞으로 4만년이 지나서야 그 별에 도착합니다. 아마도 그 때쯤이면 오늘날의 사람들이 세운 문명은 지상에서 사라져 버린 후일 것입니다.
저는 밤 하늘의 먼 별빛을 바라보며, 무한의 우주 속에서 생명체의 깊은 외로움으로 슬퍼하며 청년기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초기에는 마음, 신, 종교 등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느꼈기 때문에 추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점점 물질세계의 탐구로 얻을 수 있는 답의 근원적인 한계를 뚜렷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우주, 이 모든 물질세계와 이 모든 생명체들은 도대체 왜 생겨나서 이러고 있는 것인가? 그 필연성은 과연 무엇인가?’
현재까지의 이공학적 방법만으로는 그러한 근원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 자명하였습니다. 콱 막히는 답답함과 공허감이 엄습하곤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질세계 이외의 어떤 다른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나서는 데는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주의 시간 스케일에 비하여 터무니 없이 짧은 일생 동안 실재인지가 확실치 않은 것을 탐구하기가 애매했습니다.
오랫동안 고뇌하고 추론한 끝에, 제가 ‘마음’이라고 하는 알 수 없는 것에 대하여 탐사여행을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이렇습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는 것 그것이 참으로 진짜 기적이다!’
어느 날 이 사실이 온 몸으로 또렷하게 자각되면서 꿈틀대는 전율이 몰아쳤습니다. 속으로부터 큰 생기가 솟아났습니다.
살아있는 나무는 가물어서 물이 없어지면 그 뿌리가 물을 찾아서 뻗어 나갑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기운 또는 그러한 의지가 존재하고 있는지를 깊게 생각해보면, 참으로 알 수 없고 신통할 뿐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대사작용의 주어진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저에게는 답이 될 수가 없습니다. ‘우주에서 그 대사작용이란 프로세스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해야 할 필연성은 무엇인가? 도대체 왜 그렇게 존재하고, 왜 그렇게 유지하려는 기운이 작동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도대체 알 수 없는 깊은 의문 그 자체가 그대로 깊은 신뢰와 감사와 환희를 줍니다.
동물은 목이 마르면 공간을 이동하여 옹달샘을 찾아가서 물을 마십니다. 인간은 물이 없으면 도구를 만들어서 우물을 팝니다. 이 얼마나 신통하고 아름다운 현상입니까? 이러한 ‘생명현상’이라고 불리어지는 모든 현상들이 우주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 그러한 기운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진짜 기적으로 파악됩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는 기적, 그 묘하고 묘한 현상의 근원을 찾아서 떠난 것이 제 마음탐사 여행의 정확한 출발점입니다.
2. 첫 번째 결과 보고
‘우주법계 삼라만상! 도대체 이 어떻게 된 것인가?’
근원적인 물음(fundamental why, fundamental how)을 두드리는 화두를 잡고 30년을 넘게 애를 써서 제가 도달한 현재의 답은 ‘묘하고 묘합니다!’입니다.
‘묘하다!’는 제게는 경이감이 넘실대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신뢰감이 출렁대는 답입니다. 요즘 참선 수행을 할 때 그 수행을 여는 전개 주문으로 ‘우주법계 삼라만상! 묘하고 묘하구나!’를 묵상합니다. ‘묘하구나? 묘하구나!’를 타고 마음속으로 깊게 내려갑니다.
본 책은 저의 마음탐사 여행의 첫 번째 보고서입니다. 그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 1장 ‘명상에서 얻은 노래’는 오십 대에 6년간 생사일대사(生死一大事) 해결을 목적으로 참선수행을 해서 얻은 결과입니다. 전반부는 <명상 시>이고, 후반부는 <도리(法)에 대한 견해>입니다. 제 2장 ‘우주법계론’은 우주와 물질과 생명체에 대하여 통합하여 고찰한 견해입니다. 저의 배경인 이공학적 추론과 불교 사상을 결합하여 도달한 현재까지의 답입니다. 제 3장 ‘십이 엽서의 노래’는 이십 대에 6년간에 걸친 강렬하고 끈질긴 고뇌를 통하여 찾은 결과와 그 과정의 조각들입니다. 제 1장의 노래와 비교하면, 이십 대에 얻은 결론이 30년의 시간을 지나면서 세간의 만행(萬行)과 수행(修行)으로 무엇이 변화하였고 또, 무엇이 그대로인지 드러납니다. 제 4장 ‘오늘 일을 묻습니다’는 미래 천 년을 향한 꿈을 꾸면서, 오늘날 한국 불교계가 보이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느끼고 판단한대로 지적하고 개혁을 호소한 재가자의 아픈 외침입니다. 끝으로 부록에는 ‘나의 법명이야기’와 천도교를 접한 소감을 담았습니다.
본 결과 보고서가 읽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7월 1일
지월 이재웅
<묘하고묘합니다 어느 이공학자의 구도보고서 1> '머리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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