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찾기
질문통찰명상에는 시간적 간격을 두고 관찰한 표상들이 어느 때 와락 맥락을 이뤄서 통합되는 체험이 있다. 오랜 시간에 걸친 명상 중에 포착된 개별적인 표상 정보들에서 어느 순간 맥락 찾기가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난제들이 풀리는 것도 그러하다.
나는 수시로 ‘질문통찰명상’ 자체를 명상의 질문으로 삼고 명상에 들던 중, 각자 찬란한 빛의 통로 속을 달리는 법정스님과 아인슈타인을 나란히 무의식 관찰의 표상으로 보게 되었다. 그 후 개별질문이자 전체질문의 ‘이 뜻’으로 다시 묻고 마음탐사하였으나 그 표상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은 이미 현상으로 드러난 표상으로 뇌의 어딘가 저장되었기에, 나의 의지에 의해서 기억으로 떠 올려질 뿐이었다. 그런데, 일단 제기했던 질문은 그 질문을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심정으로 유지하고 있는 한, 뇌 마음에서 그러한 촉발이 처리 저장되어 있다가, 조건이 주어지면 마침내 환기된다는 것이 명상의 경험에서 얻은 입력과 출력의 인과의 법칙이다.
한 동안 시간이 흐른 후, 어느 날 명상 중에 느닷없이 법정 스님이 빛 속을 달리는 장면과 아인슈타인이 빛 속을 달리는 장면, 그리고 신경세포가 시냅스에 연결되어 발화(firing)하는 장면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이 표상들을 잇는 키워드는 빛이었다. 알아차림의 순간, 마음의 빛, 즉 이들에 공통된 것은 ‘직관 통찰’ 이라고 이해했다. 흔히 깨달음 각성을 빛에 비유한다. 실제로 명상 중에 빛의 표상을 보는 심리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음의 빛〔光〕에서 빛남〔(明〕을 보는 것은 마음의 심층, 표상(representation)을 보는 일이다.
아인슈타인이 우주 시공에 대한 과학적 사유의 생각실험에서 시공을 통합하는 직관 통찰에 이르렀다면, 법정 스님은 마음의 이해에서 직관 통찰에 이른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그의 생각실험들로 세기를 이끄는 과학적 통찰을 이뤘다면, 수행자였던 법정 스님은 끝까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물질 문명에 화두를 던져 주고 떠났다. 누군가 그 밝음을 이해하고 이어서 자기 질문의 길을 간다. 명상 중의 이러한 표상정보는 진화된 명상법을 계속 추구하고 있던 나에게 질문통찰명상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강한 암시가 되었다. 이러한 통합적 맥락 찾기의 경험과 이해는 질문통찰명상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마음의 표상들에 심층의 무의식은 이런 식으 로 한꺼번에 통합하고 수렴해서 통찰적 직관을 보인다. 이처럼 느닷없는 장면들은 그저 망상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 추구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조각 그림들이다. 그래서 저절로 떠오른 심상들은 무조건 쳐낼 것이 아니라 잘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존 설(John Searle)의 ‘존재론적으로 주관적이더라도 인식론적으로 객관적 현상인 마음의 심상 표상’이라는 주장과 같이, 주관적 경험들도 횟수를 반복하면 인식론적인 객관성을 획득하게 된다. 무의식 정보들의 맥락 찾기, 통합 체험은 매우 암시적 상징적 실제로 내면화된다.
5장. 질문통찰명상의 적용 '맥락찾기' 유경<질문통찰명상> 마인드랩2024 pp.11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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