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의 등불

구도자의 밥

lampeer 2019. 10. 31. 22:10

구도자의 밥

 

그가 밥을 구하러 가네

빈 그릇 하나 들고

한 집

두 집

세 집

밥을 얻으러 가네

 

일곱 집을 돌아도

밥그릇이 절반도 차지 않을 때

그 사람

여덟 번째 집에 가지 않고

발걸음을 돌리네.

 

일곱 집이나 돌았어도

음식이 부족하다면

그만큼 인민들이 먹고 살기 어렵기에

 

그 사람

더이상 밥을 비는 일을 멈추고

나무 아래 홀로 앉아 반 그릇 밥을 꼭꼭

눈물로 씹으며 인민의 배고픔을 느끼네

 

박 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느린걸음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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