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성과 단순성
침팬지 유전자는 99%의 DNA가 인간과 같다고 한다. 유인원에서 진화한 인간은 1%의 차이로 인간이 되었을까? 결국 같은 재료로 어떻게 지어 나갔는가에 의해 엄청난 차이가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땅에서 나온 같은 재료들을 가공하여 뉴욕의 고층빌딩숲을 지을 수도 있고, 알래스카의 얼음집을 지을 수도 있고, 아프리카의 움집을 지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하는’ 작용이 이뤄내는 그 차이가 엄청난 생활방식(life style)의 차이를 이뤄내고 문명의 차이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유전자가 들어 있는 신경세포가 15%이고, 나머지는 축색돌기 수상돌기 등 연결자(시냅스)들이라고 한다. 이들의 기본 네트워크 구조 자체(basic network structure)는 95%가 거의 비슷하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는 이들 연결자들의 기능적(functional) 차이가 70%나 달라진다고 한다. 구조나 재료가 같아도 기능 작용의 다름이 만들어 내는 차이가 엄청난 것이다. 긴장이나 위험 위기는 오히려 창조의 기회로서, 예를 들어 맹인은 청력이 보통 사람의 세 배에 달한다고 한다.
인지과학자 다니엘 데넷은 ‘인간은 복잡한 기계의 집합(collection of complex machine)이며, 인간의 마음은 기계로서, 뇌세포는 화학신호(chemical signaling)에 반응하는 단백질 로봇(robot일하다는 뜻)이며, 직관(intuition)은 어떻게 거기에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아는 것’이라 하였다. 몸(기계)와 마음이라는 구조와 기능이 일하고 아는 작용에서 획득한 직관, 그것은 인지(認知) 그 자체의 본질과 경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기억을 연구한 생명과학자 에릭캔델에 의하면 ‘한 개의 세포는 하나의 특성을 가진 독립 단위(single unit)이자 하나의 독립된 신호단위(signaling unit)’라고 한다. 그것이 우리 몸에 천억개의 신경세포와 백조개의 연결자(시냅스)로 되어서 엄청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우주의 구성은 5%의 물질과 25%의 암흑물질 그리고 70%의 암흑에너지로 되어있다고 한다. 하나의 원자(single atom) 하나(unified)의 우주(single universe)라는 단순함(simplicity)과, 하나의 입자를 통해 하나의 우주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입자 물리학인데, ‘입자(particle)와 파동(wave)으로 설명되는 우주는 믿을 수 없게 간단한 패턴으로 같다’고 이론물리학자 닐 튜록(Neil Turok)은 설명한다.
그러한 우주는 ‘초신성 등 2억개의 수많은 별의 폭발로 원소들이 생겨났고, 생명은 원소들이 모인 물질과 물, 태양이 있는 지구 위에서 진화했으며, 우리는 원소들로 이루어진 별의 아이들(star children)로서, 우리 몸속에는 생명의 역사가 간직되어 있고…. 우리가 호흡할 때 원소들이 몸속에 들어간다.’ 고 물리학자 로렌스 클라우스(Lawrence Krauss)는 설명한다.
우주 단위에서든, 인간을 이루는 세포단위에서든, 인류문명의 단위에서든 ‘하는’ ‘일하는’ 기능이 이루는 현상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엄청난 복잡함이 간직한 놀라운 단순성! 스스로의 단순함을 알지 못하는 놀라운 복잡성! 그래서 직관은 생명체가 스스로 모른 채 앞으로 나아갈 바를 찾아 나아가게 하는 생명성, 생명력인지도 모른다. 구조와 기능, 작용으로 지어가는 세계는 그 변화와 변천 자체로 하나인 개체와 하나인 우주의 본질을 드러낸다.
lampeer(2018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