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속도
천문학자 웬디 프리드만(Wendy Freedman)에 의하면 ‘우주는 팽창하고 있으며, 놀랍게도 빠른 가속도로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21세기 들어 인류의 진화는 인터넷 정보혁명, 인공지능, 로봇, 생명과학, 인공장기 등등 놀랍게도 빠른 가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신인류, 특이점(singularity) 들의 주장이 낯설지 않다.
<The big picture(큰 그림)>의 저자 션 케롤(Sean Carroll)에 의하면, ‘인류는 물을 제1의 원리로 보았던 탈레스 이래 고대 자연주의 시대에서, 왕권과 신권의 권력이 세계를 지배했던 종교(religion) 신(God)의 시대를 지나고, 르네상스 이후 인간 중심 주의(humanism) 시대의 개개의 존재론을 거쳐, 다시 고대적인 심플하고 통합된(unified) 시각으로 더 넓은 존재론, 본질론을 추구하되 과학적 방법과 경험적 조사(investigation)에 기반한 자연주의(naturalism)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한다.
21세기 들어 종교단체들에서 터지는 비리나 부조리 갈등들도 창조론, 신비주의들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인류문명의 진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정치에서 한국인들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으며,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지 않는 정치인, 정치집단을 더 이상 그 자리에 놔 두지 않으려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드물게 민주주의가 성공한 나라로 알려지고 있으며, 급기야 <이코노미스트>가 뽑은 2017년 올해의 국가로 프랑스와 더불어 선정되기도 하였다.
자신이 설정한 원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시대변화의 흐름과 속도를 읽지 못한다면 고루해지거나 착각으로 삶을 낭비하기 쉽다. 강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무작정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뱃사공은 열심히 노를 저을수록 바다가 아니라 산에 부닥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대를 읽는다는 것은 인간의 출현을 탐구하고 인류의 진화사에서 인류가 앞으로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가야 하는가를 묻는 도정에서 도출된 공동관심사를 읽는다는 것이다.
중도(中道), 중용(中庸) 등 과거 시대를 아우르던 지혜의 언어들은 그저 중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정확히 알고 현재에 맞게 정확히 쓰라는 의미일 것이다. 오늘날, 자유 평등 정의 평화 민주 행복, 진실(진리실제) 이런 보편언어들은 변화의 속도를 지탱해 내는 열쇳말, 의미망들이다. 보편언어들의 플랫폼 위에서 한 국가의 시민은 곧 세계의 시민이 된다. 보편의 가치는 고통을 안타깝게 여기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의 인간성이 확장될 때 가능하다.
세계에는 아직도 독재자들, 반민주적 사고의 권력자들이 많다는 ‘네셔널지오그래픽’ 인터뷰어의 지적에 텐진갸초 달라이라마는 ‘아직도 소수집단의 독재 권력지배를 꾀하는 기성세대들이 남아있지만, 그들은 노쇠해가고 있으며, 그들이 후계자로 키우는 자녀들이 대부분 서방국가에 유학하여 교육을 받은 만큼 세계는 민주주의의 방향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답한다. 스위스에서 유학한 북한의 김정은이 자주권을 강조하면서 개방정책을 취하는 것도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보편가치들에 부합하지 않는 개별가치들은 인터넷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도태될 것이다. 그것이 21세기의 리얼리즘이고 인류의 진화의 속도이다.
인류역사를 보면, 인간은 전쟁 폭력 폭압 등의 광기를 발휘한 바 있다. 하지만 20세기 말과 21세기에 들어, 부쩍 세계의 평화, 평등, 민주의 가치, 자연주의의 과학정신, 리얼리즘을 경험한 인류의 유전자는 저장되고 내면화될 것이며, 인류의 인간성을 지탱하는 내적 성분으로 면면히 인류의 진화를 이끌 것이다.
lampeer(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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