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과 정의
김훈 원작의 영화 <남한산성>은 내게는 신념과 정의의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였다.
명나라의 신하국을 자처하며, 청(후금)나라의 보복 침입을 피해 1636년 고립무원으로 남한산성에 피신해 갇힌 조선 조정. ‘성 밖으로 나가면 다음은 어찌되는 것이냐’를 묻고, 사안마다 계속 물으며 자신의 운명을 신하들에게 묻기만 하는 왕 인조.
이에 일관되게 청나라와의 화친을 주장하며 왕과 백성들의 목숨 살리는 것을 대의명분으로 내세웠던 이조판서 최명길. ‘한 나라의 왕이 어찌 치욕스러운 삶을 구차히 구걸하느냐’ 주장하며 결사 항전을 견지했던 예조판서 김상헌. 다른 다양한 긴장 관계들이 있었지만, 이 둘의 대립이 긴장의 축을 이루는 영화였다.
전쟁은 긴박감 속에서 화친의 길을 택한 왕의 삼전도의 굴욕으로 끝나고, 백성들은 50만이 몽고에 끌려 갔다고 영화는 기록으로 전한다.
왕은 왜 궁궐을 버리고 남한산성을 찾아 가야만 했을까? 남한산성은 누구를 위해 간 것일까? 누구의 목숨을 위해 간 것일까?
최명길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과연 왕의 나라였을까? 나라의 왕이었을까?
영화 포스터는 전한다. ‘나라의 운명이 그 곳에 갇혔다.’
그 곳에 갇힌 것은 왕의 운명이었을까? 나라의 운명이었을까? 나라의 수많은 군사들은 연락을 받고도 왜 왕을 구하러 남한산성에 가지 않았을까?
최명길의 신념은 백성을 위한 신념이 아니라 왕의 목숨과 그 일파들의 목숨을 위한 신념이 아니었을까? 일관된 것은 다 옳은 것인가?
영화는 이제 막 개봉되었으며 긴 추석을 조금은 무겁고 의미 있게 만든 것 같다.
신념(信念)이 정의(正義)와 만났을 때 그 신념은 빛이 난다. 보편과 대의에도 맞는다. 정치인들의 신념의 미사여구 속에 숨은 사사로움을 잘 살펴 봐야 할 것 같다.
lampeer(2017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