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자연성과 리얼리즘에 입각한 마음탐사, 명상과학의 시대는 자각하는 개인에 기초하며, 이는 성찰적 개인의 자기 수양에서 시작된다. 자기수양은 정신의 질서를 세우고 마음의 중심에 서는 일이다. 동양 정신문화에서 불교가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으로 한 마음[一心]을 지키려 했다면, 유교의 ‘거경 궁리(居敬窮理)’는 마음이 하나에 굳건히 머물러서[敬] 이치를 살피는 것이니, 수행들의 요체는 마음의 중심[心中]을 잡는 일임을 밝힌 것이다.
불교에서 남방의 사마타 위파사나와 북방의 지관(止觀) 정혜 (定慧)는 대표적인 마음 관찰의 수행법이다. 대승의 <해심밀경 (解深密經)>에는 일의 뜻과 인과를 알아차리기〔事義因果覺〕와 마음에 새겨 보고 관찰해서 알아차리기〔忍見觀察覺〕가 상술되어 있으며, 요가의 마음 수행으로는 응념(凝念), 정려(靜慮), 삼매(三昧)가 다 마음 관찰이 깊어지는 것을 말한다.
유학에서, 수행을 일관하는 언어는 ‘경(敬)’을 간직하는 것[持敬]’이며, 이황의 <성학십도(聖學十圖)> 제10 장 「숙흥야매잠도(夙興夜寐箴圖)」에도 그 실천법이 나온다. ‘단정하게 갈무리해서 마음을 집중한다[端坐斂形 提掇此心]. 맑게 정돈해서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澹以整之 瞭然默識]. 정신을 집중하고 사념을 쉰다[凝神 息慮]. 비고도 밝으며 고요히 한결같이 한다[虛明靜一]. 고요할 때는 마음을 보존하고 움직일 때는 잘 관찰한다[靜存動祭].’는 것이 그것이다.
위와 같은 이상적인 인물로 수신평천하(修身平天下)의 군자, 원융한 성인, 현허지도(玄虛之道)의 도인을 추구하던 시대가 있었으나, 현대는 자유 평등 정의 평화 진실 행복 등의 덕목을 갖추고 시대를 이해하는 지식 지성을 갖춘 시민의 탄생, 민주시민의 완성을 본다. 이를 위해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부터의 윤리 도덕성, 자각이 중요하며, 계몽이 아니라 성찰적 개인과 그 지속적 실천에 의한 가치연대의 힘이 중요하다. 정보의 범람 속에서 실제를 찾는 21세기의 자기수양은 내가 의의를 느껴서 실천한 것이 너에게도 좋은 데서 가치 공유와 가치연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인생의 덕목 열 가지로, 달라이라마는 ‘남을 돕기, 남의 말에 동요 않기, 자신의 내적 가치에 집중하기, 침착하기, 연민을 가지기, 마음을 결정하기, 명상하기, 관점을 유지하기, 우정을 키우기, 재밌는 이야기 나누기’를 들고, 유발 하라리는 ‘적응하기, 실패 다루는 법 알기, 스토리텔러 되기, 자신을 알기, 위파사나(관찰) 명상하기, 영성에 참여하기, 철학공부하기, 다독(多讀), 사회적 능력의 신장, 임무 찾기’를 든다.
다 필요한 항목이지만, 출발점에 차이가 있다. 달라이라마가 덕목의 시작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시작했다면, 유발 하라리는 철저히 자기 적응, 자기를 세우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시작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똑 같이 자신의 관점과 가치를 놓치지 않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관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명상, 내적 가치, 영성은 이 둘이 만나는 지점이다. 나의 모든 활동은 결국 나의 성찰에서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의 수심(修心) 수양(修養) 수행(修行)이나 현대인의 덕목이 다 나의 성찰적 성장에 기초한 것을 볼 수 있다. 성찰적 성장은 남이 내게 해 끼치기 바라지 않듯 나 싫은 일 남 시키지 않고, 내게 좋은 것이 너에게도 좋은 지점을 아는 것이다. 그것이 나와 너 그리고 우리와 그들 모두를 지키는 자리일 것 이다. 그래서 성찰적 자기 수양과 열린 연대적 실천은 생명체로서 인류가 생애 내내 지니고 가야 할 동서고금의 필수 덕목이다.
6 장. '질문통찰명상의 미래'중에서 유경 <질문통찰명상> 마인드랩 2024 pp.183-186
'<질문통찰명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① 자연 생명주의 (5) | 2025.01.07 |
---|---|
② 리얼리즘 (1) | 2025.01.03 |
③ 마음탐사 명상과학 (0) | 2024.12.23 |
자기 경청 (0) | 2024.12.16 |
개인존중과 가치연대 (5) | 2024.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