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eer 명상기록

싯달타의 선택

lampeer 2019. 11. 12. 19:51

싯달타의 선택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달타>의 주인공 싯달타의 이름은 인도에서 탄생한 성자 고오타마 싯달타에서 따왔다. 헷세는 이상적 완성자의 이름에 고오타마를, 완성을 향해가는 구도자의 이름에 싯달타를 나눠서 주인공을 삼았다. 아마도 헤세는 한 사람의 이름을 두 사람으로 나눠서 무엇인가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싯달타는 그를 따르는 고오빈다와 함께 인도의 고행 사문이 되어서 출가하여 순례하다가, 도중에 고오타마라는 성자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위대한 성자를 만났으면서도, 성자 곁에 남기로 한 고오빈다의 만류를 물리치고 성자를 떠난다. ‘자신에 대하여 불안을 느끼고 도피하는 가운데 브라만과 아트만을 찾았으나 그 결과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서’…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배울 것이다’는 각오와 함께, 싯달타는 고행과 청빈의 수도승에서 강을 건너 세속으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욕심 없이도, 연인도 직업도 재물도 일마다 성공적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새 세속인보다 더 세속적인 삶을 살다가, 문득 그가 집을 떠났던 것처럼 세속의 향락의 삶을 버리고 다시 강을 건너와 늙은 사공과 함께 강물의 소리를 듣는 삶을 시작한다.

한편, 세속에서의 연인 까마라는 싯달타와의 사이에서 나은 아들과 함께 성자 고오타마를 찾아 순례 길에 나서서 강 가까이 이르러 쉬는 중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싯달타의 간호를 받다가 아들을 남긴 채 사망한다. 유복하게 성장해온 어린 아들은 오랜 정성에도 불구하고 남루한 뱃사공인 아버지를 거부하고 마을로 돌아간다. 고오타마는 괴로워하지만 아버지를 떠났던 자신을 돌아보고 마지막 남은 애착인 아들에 대한 미련을 버린다.

성자 고오타마는 가르침을 베풀다가 입적하고, 수도승으로 내내 고오타마를 따랐던 고오빈다는 강 건너 고오타마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다 싯달타를 만나서 싯달타에게 자신은 아직도 늙은 구도자일뿐임을 고백한다.

싯달타는 ‘누구나 도를 지나치게 구할 때에는 거기에만 정신이 팔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는 법이오…….도를 구하려 애쓰는 데서 눈 앞의 많은 사물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오…. 지식은 전할 수 있지만 지혜는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헷세는, 성자마저도 아무리 가까이 오래 곁에 있어도 지혜는 전해줄 수 없고, 다만 스스로 발견해야하는 것임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헷세는 그 지혜의 발견의 순간을 고오빈다가 싯달타의 이마에 입맞추는 순간, 자신의 전 생애를 하나로 통찰해 알게 되었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친다. 헷세는 싯달타의 입을 통해 ‘사물의 필연적인 관계를 아는 것, 세계는 순간마다 완전하다.’고 동시에 이해하는 것이 지혜임을 일깨운다.

싯달타는 말한다. ‘과거와 미래로 오고 가는 것 같지만 만물은 그 본질과 함께 현존할 뿐’이라고.

헷세는 고오타마의 완성이 고오타마라면, 싯달타의 완성은 싯달타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나 보다.

lampeer(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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