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eer 2016. 11. 17. 17:40

기준 축


 

무엇인가 확고한 것을 얻어내려 십 년 간을 고뇌 속에 살아온 결과 이루어진 것이란 매달려서 집착하고 열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기준 축이 제거되어 버린 것입니다.


 섣불리 형성되어 나를 끌고 온 기준 축이, 나에게 모종의 힘을 주던 기준 축이 무너져 제거되어 버렸습니다. 진정으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망설이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제 좀 해서는 섣부른 기준 축은 형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은 계속되는 삶 속에 또 다시 무엇인가가 되어 가겠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하고, 또 유일하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는 것은 삶 속에서 아주 신중히 그리고 매우 침착히 무엇인가에 대해 내 모든 감각을 다 동원하여 방향탐지를 하는 일입니다. 그저 산다는 것은 아직도 내겐 좀 힘이 드는 일이니까요.

(1985. 5. 17)

 


지월 이재웅 <묘하고 묘합니다 어느 이공학자의 구도 보고서 1>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