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통찰명상>

서양의 명상②

lampeer 2025. 3. 4. 10:03

서양의 명상②

 

한편, 서구 사회에서는 19세기 전후에 쇼펜하우어(1788-1860) 나 니체(1844-1900) 등, 힌두교와 불교의 동양사상을 열람하여 동서철학의 유사성을 발견하고 무신론(無神論)을 표명하는 선각자들이 나타났다. <안티크리스트>로서 기독교를 신랄히 비판했던 니체는 또한, ‘불교는 삶에 지친 노인들을 위한 종교다.’라고 비판하며, ’대지에서의 삶을 사랑할 것’을 주장하였다. 니체는 ‘삶의 중심을 삶 속에 두지 않고 오히려 피안에 옮기면 그것은 결국 삶에서 중심을 제거시킨 셈이 된다. 개인의 불사(不死)라는 굉장한 거짓은 본능에 있어서의 모든 이성 모든 자연을 파괴시킨다.’고 하였다. 이어서 20세기에는 인간주의 철학인 현상학과 실존주의 철학이 등장하여 장 폴 사르트르(1905-1980)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와 같이 본격적으로 지상의 철학이 전개되었다.

 근세 서구에서 알아차림, 아는 성질에 대하여 깊이 심구한 철학자는 오성(悟性)을 설파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이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 등을 쓴 쇼펜하우어는, ‘사물의 인과를 직관(直觀)적으로 아는 성질이 오성(悟性)이다. 감각적 경험들의 주관적 인식은 아는 성질인 오성에 의해 인과적 맥락을 가진 현상적 객관적 세계로 표상된다. 이는 인과법칙을 아는 오성의 직관(直觀) 능력 때문이다.’라고 하 였다.

따라서, ‘외부 세계에 대한 직관은 오성의 작품이며, 이러한 오성의 직관은 시간표상 공간표상의 동시성 통일성을 가진 경험적 실재성의 전체표상으로 드러난다. 시간과 공간이 선천적인 순수 직관을 통해 이해 가능한 것은, 길이의 작은 차이 등 사물의 미세한 차이를 직관적으로 아는 능력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인식의 기제는 눈이 눈을 볼 수 없지만 외부의 사물을 보듯, 오성은 오성을 알 수 없지만 사물을 아는 인과법칙이 오성의 경험적 직관 안으로 흡수되어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유식 (唯識)에서 제6 의식(意識)의 아는 성질, 알아차림, 묘(妙)관찰지이며, 질문통찰명상의 순수관찰의식과 흡사한 개념이다. 유식 (唯識)과 오성(悟性)이 다 알아차림, 아는 성질의 생명체의 선천적 특성을 주목한 것을 볼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다시 오성(悟性)과 이성(理性)을 구분한다. ‘오성이 직관적 표상의 풍부한 재료들로 채워진다면, 이성은 개념적 사유가 지향하는 관념화 보편화로 추상적 표상들의 빈약함에 머물기 때문에, 오성이 이성보다 진리 실제에 가깝다. 그 까닭은 오성과 이성의 매개자는 판단력인데, 선천적 종합 능력이며 직관적 경험적 인식인 직관적 표상으로서의 오성의 인식은 원천 개념의 기초로 돌아가면서도 객관 물세계의 재료와 내용에 의지하는 반면, 이성은 직관 인식의 재료와 내용을 다시 가공하여 관념화 추상화하는 간접적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직관적 인식과 환상의 차이에 대하여는, ‘직관적 인식 표상에 더하여, 목적에 따라 개념에 상응하는 필요한 부분만을 함축해서 자의적 규정을 하였을 때 이를 환상’이라고 하였다. 또한, ‘사유는 경험적으로 주어진 것과 직관적으로 파악된 것을 추상적 개념들과 연결해서 완전히 소유하려 할 때 일어난다.’고도 하였다. 자의적 사유가 실제(reality)를 잃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이처럼, 쇼펜하우어는 생애 동안 거듭해 작성한 <충족 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라는 저서를 통하여 인간의 감성과 오성, 이성을 비교하여 서구 사상사에 인간의 선험적 직관적으로 아는 성질의 특성을 진작해 놓는 다리가 되었다. 특히 쇼펜하우어의 오성에 대한 고찰은 니체, 하이데거, 톨스토이, 후설의 현상학, 실존주의, 칼 융의 분석심리학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8장. 명상들의 키워드 '서양의 명상' 중에서 <질문통찰명상> 유경 마인드랩 2024 pp.266-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