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eer 명상기록

삶의 목적

lampeer 2021. 3. 4. 11:52

삶의 목적

 

우연한 기회에 김수환 추기경의 묘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대개의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비문이 적힌 묘석이 평평하게 눕혀져 있었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야훼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시편에서 본 글귀이기도 하지만, 그의 삶과 함께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최근에 다시 보니, 이 짧은 글은 그의 삶을 요약한 것이었다.

첫째, 그의 삶의 목적은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한 것이었다.  

다큐를 비롯, 영화에서도 극적으로 표현되었지만, 민주화투쟁의 엄혹한 시절에 명동 성당은 종교, 노소, 계층을 가리지 않고 오는 이를 받아주고 보살펴 주었던 것으로 세간의 기억에 남아 있다. 일찍이 종교가 종교의 벽을 뛰어 넘은 것을 몸으로 실천한 것이다.  

둘째, 그의 스승, 역할 모델은 여호와 예수였다. 사랑의 사도로서 사람의 진리, 도리가 짓밟히는 곳에 고통을 함께하고자 했다.  

셋째,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삶의 목적과 해야 할 바를 알았는데, 오직 할 뿐 더 이상 바라는 바가 없는 것이다. 그가 법정스님과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부족함 없는 마음이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리라.

그의 정신은 뜻있는 후학의 사제들이 이어갔다. 종교가 흥쇄하고를 떠나 남는 것은 결국 인간의 정신, 삶의 목적,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땅과 나란히 가로로 누인 묘비명은 순명과 겸허의 정신을 담고 있다.    

인터넷 SNS 등 자기표현의 시대가 만발하다. 네온 사인으로 휘황찬란하던 시절이 있었다. 팬데믹으로 밤 거리는 고요하다. 온갖 요란함이 꺼지고 나면 남는 것은 고스란한 자신이다. 하나하나가 세포처럼 인간의 세상은 이렇게 저렇게 연결하며 변화해 가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깊은 호흡으로 진짜 묻는다.

세상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lampeer(2021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