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부모님이 간직되어 있다
내 몸에 부모님이 간직되어 있다
나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노벨상 수상자인 애릭 캔델(Eric R Kandel)에 의하면, ‘생명체의 가장 작은 기본 단위는 세포’ *이며, ‘실제로 세균은 하나의 세포로 된 단세포 생물이라고 한다. 생명의 진화에서 세포막만을 지닌 세균류인 원핵생물군의 갈래가 있다면, 세포막 내부에 추가로 핵막을 지녀서 총 두 개의 막을 지닌 진핵생물군은 아메바를 비롯해서 식물, 동물 등 생명 진화의 다양성의 역사를 써왔다. 이 핵막 안에는 당과 인산, 염기로 이루어진 유전 물질 DNA 이중나선의 실타래인 염색체가 있다. 염색체는 현미경 관찰에서 염색이 잘 돼 붙은 이름이다.’ **
염색체는 개체의 발달과 기능에 관련된 정보 양식을 일종의 부호 형태로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유전정보는 아무리 많은 복제에도 불구하고 평생에 걸쳐 변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즉 한 개체의 모든 세포는 동일한 유전정보 세트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지닌 염색체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각각 한 벌씩 받은 염색체이니, 나의 생명의 시작은 아버지와 어머니이며, 나의 정체성은 정확히 부모의 합작으로 시작된 유전정보 염색체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은 23쌍 모두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는 염색체분자라는 원자집합체에 대하여, ‘존재하고 있는 질서가 그 질서 자체를 유지하며 또 질서정연한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힘을 보여주는 현상’ ***을 언급하였는데, 태내에서 수정된 작은 원자집단이 세포분열을 통해 머리와 몸, 내장, 손과 발, 피부를 가진 온전한 생명체로 탄생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생명의 진화를 나타낸다.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정신 과정은 뇌에서 나온다.’ *고 하여, 오늘날의 신경과학이 몸과 마음을 설명하는 시초가 되었다.
살면서 때때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불러보는 것은 나도 모르게 나의 몸에 부모님의 유전정보가 나의 최초, 나의 정체성의 시작으로 간직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해외 입양아들이 성인이 되어서 굳이 생면부지의 부모를 찾아 고향 땅을 밟는 것 또한 마찬가지 이유가 아닐까? 실제로, 친자 확인이나 유전병 등에 DNA 유전정보를 이용한다.
붓다는 ‘세상의 모든 이가 전생에 나의 부모 아닌 이가 없다.’고 하였고, 동학은 ‘천지와 부모는 같다’고 하였다. 박테리아서부터 인간까지 모든 생명체는 루카(LUCA, the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는 하나의 원시조상을 가지고 있으니 모두 멀고 가까운 친척인 셈이다. 지금의 내가 그렇듯, 내가 죽더라도 나의 유전정보들은 자손을 통해서 전해질 것이고, 어쨌든 생명의 나무들은 지속 가능할 때까지 진화가 이어질 것이다. 한편, 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멋진 일이다.
부르면 언제나 나의 마음으로 오시는 부모님! 언젠가 세상을 떠난 후, 유전정보를 받은 후손들이 살면서 어느 시기 동안 선조를 그리워할 것이다. 그리고 생명의 역사로 또 이어질 것이다.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할 것이 없다.
이러한 우주와 자연, 세계와 생명의 이치에 감사드린다.
참조 및 인용.
* Eric R. Kandel <In Search of Memory> NORTON, 2007
** 노정혜 「생명체의 탄생」 <물질에서 생명으로> 반니, 2018
*** 에르빈 슈뢰딩거/서인석 황상익 <생명이란 무엇인가> 한울, 2017
lampeer(2019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