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peer 명상기록

홀로서는 친구

lampeer 2018. 6. 26. 14:49

홀로서는 친구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싶을 땐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른다.

 

책을 고르는 동안 

친구는 점점 선명해진다.

행간을 보다가

아 이거 친구가 좋아하겠다.’

하는 구절이 나오면 넘기는 페이지에 신이 난다.

 

예쁜 포장지에

책을 싸고 추억을 싸고,

작은 카드에

계절을 거치며

나무가 꽃을 피워내듯이

내내 삶의 향기를 품고 살아가기를!’

몇 자 적어 책 표지 뒤에

살짝 넣어

친구에게 보낸다.

 

친구는 비오는 날 빗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앉아 있다가

문득, 책을 펼치고 보낸 엽서를 보고

책의 구절들을 읽을 것이다.

 

그렇게

문득문득

우리는 친구다.

 

홀로서는 친구를 위하여

나는 서점에 간다.  

사람은 마침내 홀로 서야 하며,

외로움은 그림의 바탕, 여백과 같은 것이기에.

lampeer(201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