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적 미신과 과학적 사실
(1) 사상적 미신
종교와 사상들이 제안하는 치우침이 없는 사랑, 자비, 도덕률들은 아름답습니다. 헌신적인 이타심의 발현과 실천행동은 그 자체가 특이하고 숭고합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실용적인 구실도 있습니다.
우리가 예술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과학적 잣대로 재단할 수 없듯이 그러한 사랑, 자비, 도덕률의 사상과 실천은 과학적 잣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종교의 교리 또는 사상에서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미 확고히 밝혀진 과학적 사실에 위배가 된다면 그러한 주장은 오류입니다.
우리 인류는 17세기 이후 20세기까지 현대과학적인 방법론을 통하여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우주 및 생명체의 실상들을 여러 가지 알아내기 시작하였습니다. 2500년 전은 고사하고 250년 전에 누가 우주에 블랙홀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정확히 알아차렸겠습니까? 누가 생명 객체들의 정보가 세포 속의 DNA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았겠습니까?
따라서 아주 오래 전에 형성되고 유구한 전통으로 내려오며 훌륭한 역할을 해온 종교 및 사상들이라고 할지라도 그 당시의 우리 인류 전체의 지식적 한계로 인하여 현재 밝혀진 과학적 사실과 어긋나는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한 오류들을 정정하고 새로운 사상으로 계속하여 합리적으로 발전해 나가면 됩니다. 그것이 살아서 변화하는 생기(生氣) 순리입니다. 그럼에도 오래 전 과거에 인류의 무지(無知)로 인하여 삽입된 내용들을 그대로 계속하여 주장하면서 이미 명확히 밝혀진 과학적 사실들을 부정하거나 외면한다면 그것은 큰 문제입니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것입니다.
우리 인류는 우주와 생명현상의 탐사에 있어서 아직 출발점에 서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도 그 동안 이룩한 과학문명을 바탕으로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지난 세대들과는 사뭇 다른 감각과 시야를 가지고 미래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 인류가 찾아내었고, 또 앞으로 찾아낼 과학적 사실, 즉 객관성 반복성 보편성을 갖는 인류 공동의 지식에 의하여 오래 전부터 내려온 종교, 사상들이 변할 것입니다. 그러한 시기에 이미 접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종교, 사상에서 진리라고 주장해온 것들이 과학적 사실에 부합되지 않으면 그 주장들은 결국은 빠르게 폐기되어 갈 것입니다. 밝혀진 과학적 사실에 정확히 어긋나는 오류로부터 전개된 사상은 아무리 견고한 듯이 짜여있고, 아무리 그럴듯하게 보여도 그것은 사상누각(沙上樓閣)입니다.
굳어진 사상의 견해로 인하여 명백한 과학적 사실을 외면하는 것은 사상의 미신에 빠지는 것입니다. 무지로 인한 완고한 미신적 아집입니다. 비록 현재까지 그러한 주장들이 제법 힘이 있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더라도, 결국은 인류 진리의 수평선이 확실하게 확장됨에 따라서 폐기될 것이 자명합니다.
중세 가톨릭 교회가 신학적 교리에 의하여 천동설을 주장하면서 과학적 사실인 지동설을 부인하고 외면하였습니다. 지동설을 펴는 학자들을 탄압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과학적 사실인 지동설을 부인하고 천동설을 주장하는 이가 누가 있습니까?
결국 명확하게 입증된 과학적 사실에 맞지 않는 교리적 주장은 중세 가톨릭 교회의 천동설 교리처럼 폐기될 것입니다. 과학적 사실에 위배되는 사상적 주장은 사상적 미신입니다.
(2) 과학적 사실의 객관성 반복성 보편성
우리 인류는 우리가 찾아낸 과학적 사실들을 믿습니다. 이 때 믿는다는 것은 신앙의 의미가 아니고 신뢰의 의미입니다. 우리가 과학적 사실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 객관성, 반복성, 보편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 대하여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라고 하면, 이것은 지구행성 위에서는 관측경험에 의하여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반복적, 보편적인 사실의 서술입니다. 반면에, ‘만물은 신이 창조하였다.’ 라고 하면, 이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반복적, 보편적 사실의 서술이 아닙니다.
뉴턴의 힘과 운동에 관한 세가지 법칙과 중력의 법칙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적용하면 성자, 범부, 선인, 악인 등에 관계없이 우주선을 정확하게 지구에서 목성으로 날려 보낼 수가 있습니다. 그들이 무슨 사상을 주장하거나 무슨 종교를 믿든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이것은 그러한 물리 법칙들이 우주공간에서 적용되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법칙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러한 법칙들을 서술하는 과학의 방법들이 객관적이고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참선을 해서 깨닫는다.’라고 할 때, 그 깨닫는 방법론이나 깨달은 내용의 서술은 누구나 객관적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선사(禪師)들의 깨달음의 세계는 언어도단의 세계로 그것을 언어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합니다. 입을 열면 이미 어긋난다고 주장합니다. 선사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결국 그것은 그 개인이나 어느 집단의 이벤트에 머물 뿐 인류의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로 받아들여지거나 탐구되기가 무척 어렵게 됩니다. 인류 공동의 진리로 정확하게 쌓여가고 발전해 나가는 길이 막히고 맙니다. 선사들이 깨달은 세계가 우주에서 있는 엄정한 사실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을 인류 공동의 객관적 반복적 보편적 진리로 만들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을 개발해 가야만 합니다.
반복성이라는 것은 동일한 시도를 반복적으로 시행할 경우에 동일한 결과가 나옴을 뜻합니다. 과학적 발견이나 발명이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반복성(repeatability)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실은 어떠한 사실이 반복성이 있어야 객관성과 보편성을 확보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예수 또는 달마 대사가 아무런 보조적 장치의 도움이 없이 물위를 걸은 것이 과학적 사실이 되려면 누군가가 아무런 보조적 장치 없이 물위를 걷는 방법을 알아내야 하고 그 방법을 이용하기만 하면 어김없이 물위를 걷는 것을 반복적으로 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어야 그 사실을 신앙하지 않고 누구나 신뢰할 수가 있습니다.
과학적 추구의 실증적인 엄격한 태도를 보여주는 실화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아인슈타인 박사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특수 상대성이론과 일반 상대성이론의 정립일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아인슈타인 박사가 노벨상을 탄 직접적인 논문은 실험적으로 검증된 광전효과를 설명한 이론입니다. 그것은 비록 상대성이론이 물리수학적으로 엄격하게 전개된 합리적인 이론이었지만 그 당시에 실험적으로 그 이론이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론이지만 그것이 인간 머릿속 공리의 전개에 그치는 것인지, 실제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여부를 확실하게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여러 우주물리, 입자물리의 실험 관측을 통하여 상대성이론의 예측이 실제로 맞는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그래서 신뢰하고 이용합니다.
우리 인류가 과학적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나면 믿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것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은 과학적 사실의 객관성, 반복성, 보편성 때문입니다. 현재 지구 행성 위의 인류 중에서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사실을 믿기 위하여 새벽마다 기도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누구도 인정할 수 있도록 그 사실이 관측되고 이해되어서 확실하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알게 되면 믿으려고 애쓸 필요 없이 그대로 신뢰하게 됩니다.
(3) 맺는 말
과학적 사실을 신앙하려고 애쓰지 않고 그대로 확실하게 신뢰할 수 있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 객관성 반복성 보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러한 특성 때문에 누구든지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인류 공동의 진리로 쌓여갑니다.
종교와 사상들이 제안하는 사랑, 자비, 도덕률들은 매우 아름답고 숭고합니다. 그렇더라도 종교의 교리 또는 사상에서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이미 확고히 밝혀진 과학적 사실에 위배가 된다면 그러한 주장들은 오류입니다. 밝혀진 과학적 사실에 정확히 어긋나는 오류로부터 전개된 사상은 아무리 견고한 듯이 짜여있고, 아무리 그럴듯하게 보여도 그것은 사상누각(沙上樓閣)입니다. 밝혀진 과학적 사실에 위배되는 사상적 주장은 사상적 미신입니다. 과학적 사실은 사상적 아집과 미신에서 깨어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2015. 3. 15/2015. 6. 30 수정)
지월 이재웅<묘하고 묘합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