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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운 최제우의 『용담유사(龍潭遺詞)』 이렇게 읽었다

lampeer 2017. 3. 7. 23:34

* 수운 최제우의 용담유사(龍潭遺詞)이렇게 읽었다

 

천의(天意)는 인심(人心)

동귀일체(同歸一體)가 무극대도(無極大道)

정성 공경 믿음(誠敬信)으로 정심수도(正心修道)하라.

 

 

서언

 

용담유사(龍潭遺詞)는 유사(遺詞)라는 제목에서 보듯 동학의 일세 교조인 대신사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가 생전에 적은 가사를 사후(死後)에 모아 편찬한 8부의 가사체 글 모음집이다.

동경대전(東經大全)이 수운(水雲)의 동학사상과 수행, 포덕(布德)의 정신을 산문 형식으로 적고, 득도(得道) 득의(得義)의 경지를 다양한 소재의 시문(詩文)으로 피력한 정전(正典)의 성격이라면, 용담유사는 가사체 형식을 통해 대중적 호흡으로 수운 자신의 생애를 풀어내면서도, 읽는 이로 하여금 동학사상과 수행의 요체, 선각자로서의 예언 등을 정서적 감흥을 따라서 습득하도록 한 친절한 부전(附典)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용담유사는 동학천도 사상의 키워드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대중친화형인 포교용 버전으로서의 의의와 가치가 있다.

 

동경대전<포덕문>에 의하면, ‘천리(天理)와 천명(天命), 천도(天道) 천덕(天德)’에서 천리와 천명은 타고난 것으로 어찌할 수 없지만, 천도와 천덕 즉 도덕(道德)은 군자의 학()으로 인간의 노력이 가능한 부분이다. 수운(水雲)이 본 세계에는 하늘과 땅 인간 우주(天地人)에 속한 모든 이치와 사물, 현상 자체에 대한 절대긍정의 뜻이 담겨있다. 산꼭대기에 물이 있는 것과 같은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러한 일과 수긍 가능한 그러한 이치(不然之事其然之理)를 통틀어 긍정하여 동귀일체(同歸一體)하는 절대 긍정의 언어, 공평무사(公平無私)의 언어는 수운에게서 잠시도 쉬지 않고 조화(造化)하는 자연(自然)이며 동학세계관의 새로운 발견이다.

 

용담유사동경대전에서 밝힌 천리(天理)와 천명(天命)이 천도(天道)와 천덕(天德)이 어떻게 수도(修道)로 실천되어야하는가, 즉 인간이 어떻게 정심수도(正心修道)하는가의 측면에서 자신의 삶을 진솔한 증거 재료로 하여 기록한 친절한 안내서이다.

 

 

용담유사를 두 단어로 요약하자면, ()과 수()라고 할 수 있겠다. 수운선생의 팔부가사를 관통하는 대동맥, 근간으로서의 수행정신은 정(), 정심(正心)으로, 용담유사에 일관된 키워드이다. 용담유사에 실린 8편의 가사 <교훈가><안심가><용담가><몽중노소문답가><도수사(道修詞)><권학가><도덕가><흥비가(興比歌)>를 내용상 총제목을 부친다면 정심수도가(正心修道歌)’가 아닐까한다.

본고에서는, 용담유사8편의 가사들에 나타난 정심수도(正心修道)의 의제를 살펴서, 수운 선생이 유사(遺詞)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했던 뜻과 의미, 의의를 밝혀보고자 한다.

 

 

 

본문

 

1. <교훈가>는 정심(正心)을 기준으로 수신(修身), 수심(修心), 수도(修道)하여 도성입덕(道成立德)할 것을 당부한 편지체의 가사이다.

수운은 자질(子姪)20세 성장을 축하하며, 자신을 돌아보니 40세에 이르렀으나 무소득임을 한탄한다. 이에 자호를 새로 짓고 산 밖에 나서지 않기(不出山外)’를 맹세하는데, 그러한 까닭은 비록 사업은 실패하였으나(탕패산업)’이나 하늘이 만민을 내고(天生萬民)’,  운명은 하늘에 있으며(命乃在天)’, ‘천운이 순환하여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없으니(無往不復)’, 착한 마음으로 안빈낙도 수신제가하여 가정지업(家庭之業)을 지켜내면 천운의 순환을 만날 것을 믿는 절대긍정의 큰 믿음 때문이다.

수운은 성묵(省默) 수운(水雲) 제우(濟遇)의 이름대로 묵묵히 살펴 자연(自然) 천연(天然)의 천운(天運)을 따라 세상을 구제할 무극대도(無極大道)를 얻는데, 그 체험은 한울님과의 대화, 즉 동귀일체(同歸一體)의 사건으로 나타난다. 천심(天心)은 인심(人心)이듯, 천어(天語)가 인어(人語)인 대화의 체험으로 나타난다. 인성(人性)이 천성(天性)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수운은 주변의 비방과 폄훼에도 정심수도(正心修道)로 부부간의 지극정성을 이루고, 나아가 법을 정하고 글을 짓고는, 많은 이들의 입도(入道)를 받게 된다. 그리고 동학의 성장을 음해하는 이들로 인해 고향을 떠나 은적암으로 가서 <교훈가>를 지어, 도성입덕(道成立德)은 정성 공경(誠敬)이 요목이니 정성을 거듭하여(誠之又誠) 정심수도(正心修道)할 것을 당부한다.

 

2.<안심가>는 핍박에도 당당하게 득도하는 장면과 아국운수(我國運數)’ 와 동학의 앞날에 대한 예언이 돋보이는 가사이다.

안심가는 부녀에게 하늘이 정한(天定) 고생을 안빈낙도 고진감래로 긍정하고 안심할 것을 촉구하며 그 근거를 전하는 가사이다. 수운은 용담정에 돌아와 문득 상제와의 만남으로 백지에 물형부(物形符) 즉 영부를 그리고 냉수일배에 타서 마시고 병이 낫는 등의 득도체험을 하게 된다. 동학의 천()사상과 청수(淸水)의 전통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기험(崎險)한 아국운수 가련하다고 하여 일제의 침략야욕에 대한 분노와 한울님이 이 몸내서 아국 운수 보전하네’ ‘나도 또한 한울님께 옥새보전 봉명하네에서 앞으로 닥칠 동학혁명과 일제 병탄 등 국난에 대한 천명(天命)의 옥새보전의 명령 등의 선견지명을 보이고, ‘송백같은 이내절개 금석(金石)으로 세울 줄 세상사람 누가 알꼬에서 자신이 동학 천도교의 초대 교주로서 영원히 새겨질 것을 예견한 것이 돋보인다. 그러하니 결국은 내집 부녀 안심(安心)하고 춘삼월 호시절에 태평가를 불러보세.’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3.<용담가>는 득도(得道)의 감흥을 경주의 풍광에 실은 가사이다.

수운은 불우시지 남아로서.... 무가내라 할길 없다.’ ‘불효한 이내마음.... 비감회심 절로 난다에서 시대와 가정에 대한 회포 회한을 품은 자로서, 경신년 사월 오일 여몽여각의 무극대도의 강령, 강화(降話)를 체험하고, 이를 개벽 후 오만년이라 선포하는 비약(飛躍)을 성취한다. 개벽 후 오만년 노이무공(勞而無功)한 한울님이 사십년간 노이무공(勞而無功)한 수운(水雲)을 만나 나도 성공 너도 득의(得意)’하는 천시(天時)와 인시(人時), ()과 아()가 동귀일체(同歸一體)하는 득도(得道)의 감흥이 백미(白眉)인 가사이다.

내 아니면 이런 산수 아동방(我東方) 있을소냐에서는 무극대도를 깨치고 보니 경주가 더 이상 이전의 경주가 아니라 지상천국이며, 경주 구미산이 물형(物形)으로 이미 무극대도인의 출현을 선현(先現)했다고 하는 동학(東學)에 대한 수운의 자부심이 드러난다. ’무심한 구미용담 평지되기 애달하다에서는 결국 승지(勝地)도 대도(大道)도 인간의 노력, (), 수도(修道)로 빛나고 성취되는 것임을 환기(喚起)하였다.

 

4. <몽중노소문답가>는 천의(天意)가 인심(人心)으로 나타나는 무극대도 성취의 예언을 몽중몽(夢中夢)의 형식으로 구성한 가사체 노래이다.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라... 밝은 기운(明氣)은 반드시 명산 아래 있다(必有名山下)’에 걸맞게, 금강산에서 지극 정성들여 출생한 생이지지(生而知之)로 재기가 남다른(才氣過人) 주인공은 세상 사람들이 천명(天命)을 돌아보지 않는 세태, 즉 이재궁궁(利在弓弓)하는 각자위심(各自爲心)의 세태를 한탄한다.

그리하여 14세경 편답강산으로 세상을 돌아보던 중 금강산에 들어 홀연히 잠든 중에 각자위심하는 십이제국 괴질 운수천운(天運)’으로 다시개벽하여 국태민안(國泰民安)’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상원갑 호시절에 만고 없는 무극대도(無極大道) 이 세상에 날것이니’, ‘이 세상 무극대도 전지무궁(傳之無窮) 아닐런가 천의(天意) 인심(人心) 네가 알까’. 이처럼 다시개벽은 천의(天意) 인심(人心)이 동귀일체하여 무극대도가 성취되는 때이다.

한울님은 나 또한 신선이라... 너도 또한 선분(仙分)있어 아니잊고 찾아올까라고 하여 주인공을 그 무극대도인으로 지목한다.

8부의 가사 전체가 사실은 수운 자신의 생애를 근거 재료로 하고 있으며, 다른 가사들에도 수운이 무극대도의 성취를 기록한 내용들이 있으므로, 이 글의 주인공은 수운 자신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14세 무렵에 수운이 자신의 장래 무극대도 성취와 다시개벽인 동학의 창시를 현몽(現夢)으로 보았고 이를 후일 몽중노소문답가로 작성했다고 해도 그다지 무리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구성 면에서는 금강산에서 후사(後嗣)를 위한 지성을 드리는 글 초두에서부터 글 전체의 설정이 꿈의 내용이며, 그 안에서 다시 후사(後嗣)로 태어난 주인공이 금강산에서 잠들어 무극대도의 예언을 듣는 또 하나의 꿈이 몽중몽(夢中夢)의 구성을 이루고 있다.

 

 

5.<도수사(道修詞)>는 성경신(誠敬信)으로 정심수신(正心修身) 하는데 있어서 구체적 방법 즉 도닦는 법을 편지체로 적은 글이다. 지목을 피하여 지방을 순행해야했던 수운의 상황이 자연스레 먼 곳에서 쓰는 편지체 형식의 글이 되었다.

<도수사>는 성경이자(誠敬二字) 지켜내어 무극대도(無極大道) 이루면 바로 그때가 도성입덕(道成立德)의 때라고 설파하여, 정성과 공경을 수신(修身)의 요체로 삼았다.

<도수사(道修詞)>에서 수운은 그 구체적 실천으로 신(), (), 염치(廉恥)를 두었으며, 이를 작심불란(作心不亂)하면 정심수도(正心修道)의 군자를 이룬다고 하였다.

 

 

6.<권학가>한울님을 정성 공경(誠敬)으로 배우라’ ‘생애는 한울님 조화가 근본이니 경천(敬天) 순천(順天)하고 불망기본(不忘其本)하라 ’‘성지우성(誠之又誠)으로 한울님을 생각하라...영세불망(永世不忘)하라’ ‘천려필유일득(天慮必有一得)이 덕()이 된다고 하여, 내내 정성(精誠)을 강조한 글이다. 또한 정성으로 시운시변(時運時變)을 의논할 뿐 운수 관계하는 일이 고금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밝혔다. 만고풍상 겪고 지은 8편의 가사들을 정성으로 숙독상미(熟讀嘗味)하라고 권한다. 수운은 용담유사의 여러 곳에서 보국안민(輔國安民)을 잊은 적이 없는데, 그저 운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시운시변(時運時變)을 정성스레 의논하는 보국안민을 잊지 않았다.

 

7.<도덕가> 는 동학의 도덕관을 밝힌 가사체 글이다.

수운(水雲)은 사람이 가장 영묘한(最靈) 존재이므로 천의(天意)가 인심(人心)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따라서, ‘대인(大人)은 천지와 더불어 그 덕(天德)이 합당하며, 일월과 더불어 그 밝음(天命)이 합당하며 귀신과 더불어 길흉이 합당(大人與天地合其德 大人與日月合其明 大人與鬼神合其吉凶)한 존재이니, 함부로 도덕을 논하지 말라고 하였다. 따라서 천의(天意) 인심(人心)이란 천명을 공경하고 천리에 따르는 것(敬命順理)’이며, 그러한 사람의 언행은 지공무사(至公無私) 불택선악(不擇善惡)인 하늘님 천지음양의 자연조화로 동귀일체(同歸一體)하는 마음, 경외지심(敬畏之心)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정성 공경(誠敬)으로 마음을 닦아 기운을 바로 하고(修心正氣) 그러한 바른 마음으로 도를 닦는 것(正心修道), 이 모든 일심(一心)을 지켜 도성입덕(道成立德)하는 것이 동학의 도덕임을 밝혔다.

 

8.<흥비가> 동경대전<그렇지 않은 듯하나 그러한(不然其然)> 이치를 어려운 듯하나 쉽고 쉬운 듯하나 어려운(難之而猶易易之而猶難)’으로 보다 쉽게 설명한 글이다. 이를 위해 직유()와 은유 암유() 직접서술()들의 수사법들을 동원해 사용하였다. ‘하늘은 높으나 낮은 것도 듣는다(天高聽卑)’는 자연의 조화를 함부로 추리하지 말라는 비유로서, 배나무에 배가 떨어진 일이 까마귀의 일인줄 알지만 사실은 배를 채운 것은 모기의 일일 수도 있음을 은유로 설명하였다. 이처럼 불연기연(不然其然)의 덕()에 합당하여 작위 없이 되는(合其德無爲而化) 이치를 알려면 자연(自然) 연원(淵源)을 자세히 살피라 하였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경험에도 집착하지 말고 조급해 하지도 말라고 하였다.

불연기연(不然其然)의 이치는 만단의아(萬端疑訝) 속에서 무궁한 이치, 무궁한 나를 무궁히 살펴 무궁히 알아가는 만사지(萬事知)’로 드러난다. <권학가>에서 정성 공경(誠敬)으로 끊임없이 시운시변(時運時變)을 논하라는 말과도 통한다. <흥비가> 역시 정성 공경(誠敬)을 강조하여, 성경(誠敬)으로 동학의 불연기연의 이치를 어떻게 만사지(萬事知)해 가는가를 까마귀, 모기의 섬세한 사례를 들어 밝힌 친절한 실천안내서이다.

 

결어

용담유사는 정심수도(正心修道)하고 그 정심수도하는 마음을 성() ) ()의 실천으로 내내 지켜서 무극대도(無極大道)를 이루라는 요지의 주제를 여덟 편의 가사에 실었다.

종교의 목적은 각 종교의 철학적 논리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류가 도달한 지고(至高)지선(至善)의 도덕적 정언명령과 진리를 일상의 삶속에서 실천하는데 있다. 용담유사에 나타난 동학천도교 수행의 성취는 결국 바를 정()을 수도(修道)의 중추로 삼아 종교철학론, 수행론으로 간결명료하고 선명하게 드러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동학의 뜻과 의미가 교조 수운 최제우의 정서적 감흥으로 살아난 용담유사, 거듭된 정성으로 시운(時運)시변(時變)을 논하는 치열한 수도정신과 이로 인한 무궁무궁한 만사지(萬事知)를 통한 날마다 다시 개벽의 동학천도의 동력 에너지라는 의의가 있다.

21세기를 맞아 우리한국 사회는 수운선생이 꿈꿨던 평등한 사회, 차별없는 사회를 향한, 국민이 주인인 민주, 평등, 자유, 평화, 정의의 행진, ‘다시 개벽의 행진으로 동학을 살려내고 있다.

lampeer(2016. 12.30) 유경(도서출판 마인드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