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통찰명상>

무의식의 표명

lampeer 2025. 5. 27. 16:17

무의식의 표명

 

 칼 융은 무의식의 자율성에 대하여, ‘의식에서 발견되지 않은 내용에 바탕을 둔 무의식적 정신의 자발적 표명’이라고 하였으며, 게다가 ‘의식의 연속성이 존재하고 있는 것과 같이 무의식 과정에도 일종의 연속성이 있으며, 그 연속성은 의식 과정에서보다도 더 강도가 높다.’고 하였다.

    나는 아주 오래 전 20 대 중반에, 14일간 매일 밤 연속된 꿈을 꾼 적이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황량한 황토집과 굽은 황토길이 이어지는 마을이었다. 거칠고 메마른 황톳길을 전날 꿈꾸다 깬 곳에서부터 출발하여 14일간 매일 걷고 걸었다. 띄엄띄엄 나타나는 황토집, 그리고 황토길... 대책 없이 그 황토마을을 걸었다. 매일 열심히 걸었고 길은 길로 이어졌지만 마을을 맴돌 뿐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느꼈던 절망감, 그런 것이 꿈을 감쌌던 분위기였다. 그 당시 부친은 돌이킬 수 없는 중병으로 죽음을 앞에 두고 있었다. 꿈이 사라진 그 즈음 부친은 돌아가셨다.

지금도 나는 선명한 이미지로, 꿈속의 텅 빈 생명 없는 메마른 풍경들의 황토마을을 기억한다. 그 당시 내가 느꼈던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 피할 수 없는 안타까움, 나를 둘러싼 상황을 나의 무의식이 꿈을 통해 형상화한 것이라 이해한다. 이처럼 무의식은 자체의 논리를 가지고 의식과 더불어 현재를 감지하고 표명해서 생명체의 적응과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한다.

 칼 융은 꿈에 대하여, ‘꿈은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꿈에는 충분한 동기가 있어서 그것이 꿈이 되어 직접 나타난다.’고 하였으며, 탈무드를 인용하여, ’꿈의 해석은 꿈 가운데 포함되어 있다.’고 하였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적인 심적 과정이 존재한다. 꿈의 현재요소는 잠재요소의 표상이다.라고 하였다. 꿈은 잠재요소를 형상화하여 무엇인가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기억이란 일종의 선택적 자기방어 기제로서 프로이트는, ‘노이로제, 히스테리 환자들이 발병을 유발하는 특정 기억을 기억하지 못하는 무의식 현상’을 그 예로 들었다. 이는 기억과 관련된 병으로, ‘노이로제 환자는 기억에 고착되어 있는 경우이고, 히스테리 환자는 과거의 기억을 애써 잊고 거부하는 강박을 히스테리로 나타내는데, 이 기억이 의식에 떠올라 인지되면 정신질환이 바로 치유된다.’고 하였다. 막혀 있던 무의식이 해방됨으로써 억압의 기제가 풀린 것이다. 무의식의 입장에서는 방을 정리해서 의식의 마당에 내놓는 일이다. 그래서 무의식의 표상은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치유, 해소, 해결의 단초가 된다. 질문통찰명상은 이를 적극 활용한다.

 미치오 카쿠의 책 <마음의 미래>에 의하면, ‘1930년대에 와일더 펜필드(Wilder Penfield)라는 의사가 뇌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서 수술 내내 깨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부분마취를 하고 수술 도중 환자의 대뇌피질의 특정 부위에 전기 자극을 주어서 대뇌피질의 각 부분과 신체 부위의 일대일 대응 관계도를 그렸다. 펜필드는 측두엽의 일정 부위에 자극을 주면 오래된 기억이 뚜렷하게 되살아나는 현상을 수술 중 환자의 발언을 통해 밝혀내고, 이를 1951년에 논문으로 발표하였다.’고 한다. ‘알츠하이머 질환의 기억장애는 기억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과정의 문제로, 기억세포들의 연결이 활성화 되자 과거 기억을 되살려 냈다.’는 광유전학 실험의 결과도 있다.

 나의 의식보다 더 깊이 나의 무의식은 나와 내가 처한 세계를 반영하여 기록하고 있다. 스치듯 지나간 무의식의 표상은 전모를 간직한 한 페이지이며, 명상의 주의깊음은 그 다른 페이지를 보는 시도이기도 하다. 질문통찰명상은 마음의 의식과 그 심화인 무의식의 전체적 통찰적 조망을 통해 몸과 마음, 나와 세계를 관찰한다.

 7장. 현대과학과 질문통찰명상 '무의식의 표명'  유경 <질문통찰명상> 마인드랩 2024 pp.218-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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